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는 빨래가 잘 마르지 않아 두꺼운 이불이나 매트리스 커버를 세탁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뼛속까지 파고드는 찬바람 탓에 집 안 환기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실내 위생에 주부들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토피나 알레르기 질환으로 미세먼지나 집먼지 진드기 등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시중에는 이러한 고민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핸디형 침구청소기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예민한 체질이거나 아기가 있는 집에서는 값비싼 클리닝 서비스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침구청소기를 꼭 구매해야 하는 건지, 구매해야 한다면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지 소비자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침구청소기`의 떠오르는 이슈와 진드기 제거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직접 살펴봤다.
황민교기자 min.h@ebuzz.co.kr
◆시장동향
현재 침구청소기 시장은 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부강샘스가 2007년 제품을 처음 출시한 이후 일렉파워전자, 한경희생활과학 등도 시장에 진출했다.
중소기업 텃밭으로만 여겨졌던 침구 시장은 2011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LG전자가 살균소독거치대를 갖춘 침구청소기 `앨리스`를 선보이며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5월 침구청소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하이마트 등 대형 양판점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올해 침구청소기 시장 1위 업체는 지난해에 이어 LG전자다. 현재까지는 브랜드파워나 마켓셰어 면에서 경쟁사인 삼성보다 앞선다.
LG전자의 2013년형 `침구킹`은 몸체와 손잡이를 40도 각도로 설계해 편리한 청소를 가능하게 했으며 기존 모델보다 진동펀치를 두 개로 늘려 성능을 대폭 강화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침구킹은 강력한 흡입력으로 미세먼지와 진드기 제거 성능이 뛰어나다”며 “LG전자는 앞으로도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으로 청소기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항균 처리된 브러시가 분당 2000번 회전하며 침구를 털어 주고 흡입구에서 세균, 진드기, 먼지를 빨아들인다. 또 청소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헤파H13필터를 채택해 유해 먼지와 공기를 분리해 배출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겨울철이 되면서 실내 위생에 소비자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시장이 커지는 만큼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신뢰감을 갖고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침구청소기의 원조 격이자 중소기업 진영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부강샘스의 `레이캅`은 그간 홈쇼핑에서 인지도를 꾸준히 높여왔다. 부강샘스 관계자는 “레이캅은 대다수 소비자가 알레르기 원인물질에 인식이 부족했던 2007년부터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어왔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핫이슈
◇침구청소기 실효성 논란
그런데 최근 판매량 상위 3종인 LG, 삼성, 부강샘스 제품을 대상으로 모 방송사에서 실험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검은 천 위에 진드기가 스며들기를 기다린 뒤 2분간 흡입을 하는 실험과 10분간 자외선을 쏘이는 실험을 각각 진행했지만 진드기가 그대로 살아 움직였던 것이다. 제품을 사용하고 있거나 구매예정이었던 소비자는 혼란에 빠졌다.
현재 UV 자외선 살균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주요 제품은 삼성 침구청소기, 부강샘스의 레이캅, 일렉파워전자의 아토케어 등이며 LG전자 침구킹은 본체가 아닌 거치대에 살균 기능이 있다.
이번 실험에 각 업체의 반응은 어떨까. LG전자 홍보팀 관계자는 “방송에서 실시한 진드기 제거 시험은 실제 침구청소 사용조건에 맞지 않고 제거율에 정확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자사 침구청소기는 영국 알레르기 연구소인 바프(BAF)에서 실제 침구청소 사용조건에 맞춰 공인 인증 시험한 결과 살아있는 집먼지 진드기 제거율이 98.68%에 달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역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서 절차를 밟아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험군으로 선정됐던 업체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 부강샘스는 “업체 쪽에서 언급한 적이 없는 부분에서 오해가 있었고, 한계점만 크게 부각돼 `과연 침구청소기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방송이 나간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침구청소기의 원조 업체로서 의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제품을 개발해왔는데 이번 보도는 단순히 매출이 아니라 신뢰감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재 부강샘스 레이캅은 홈페이지에 공식입장을 게재한 상태다. 향후 제품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소비자 참여 테스트를 준비 중이라고 전해왔다.
일렉파워전자의 `아토케어`는 상위 제품 3종에 들지 않아 방송 실험군에서 제외됐지만 인터넷 판매 상세페이지에 `자외선 파장으로 집먼지 진드기, 각종 유해 세균을 박멸한다`고 공공연히 광고를 해와 이번 논란에 숨죽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렉파워전자는 현재까지 광고 문구 수정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공식 홈페이지에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이번 실험의 주안점 중 하나인 `자외선 살균 램프가 진드기를 죽일 수 있을까`로 논란의 불씨를 키운 데는 `진드기는 세균`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살균·살충` 뜻의 혼동과 남용이 크게 작용했다.
진드기는 세균이 아닌 동물이다. 따라서 `진드기를 살균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진드기는 다세포로 이뤄진 진핵 동물이며 그 중에서도 척추가 없고 몸과 다리에 마디가 있는 절지동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운동기관이 존재하며 암수로 나뉘어 있다. 환경에서 발생하는 자극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소비자가 많지 않을뿐더러 업체 대다수가 광고 속에 `흡입된 먼지, 세균, 진드기는 UV 램프에서 살균` `먼지, 진드기, 세균의 99% 강력 살균 청소기` 등의 표현을 사용해 진드기 제거가 마치 UV 자외선 램프에서 이뤄진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현재 관련 업체 대부분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문구를 전면 수정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UV 자외선램프는 미생물과 세균을 없애는 `살균`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진드기와 같은 절지동물을 `살충`하기에는 부족하다.
용태순 연세대학교 환경의생물학교실 교수는 “진드기는 절지동물이기 때문에 자외선을 쏜다고 해서 잘 죽지 않지만 세균이 자외선에 죽는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대표적인 예로 식당의 컵에 파란색 불빛을 쏘이는 것을 들 수 있으며 생물학 의학 실험에서도 무균 상태를 유지해야 할 때 자외선을 사용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 강도와 시간을 알려면 실험이 좀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침구청소기가 진드기를 없애준다는 말은 모두 거짓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다. 침구청소기는 진동펀치, 브러시, 자외선램프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제품으로 녹농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의 세균은 UV 자외선램프 부분에서 처리하며 진동펀치와 브러시가 두들기고 쓸며 진드기를 흡입한다. 다시 말해 UV 자외선램프와 흡입부가 역할을 나누었다고 할 수 있다.
흡입력 부문에서는 얇은 천에서 실험이 이뤄졌기 때문에 침구에 그대로 결과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부강샘스 관계자는 “방송사와 본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2차 실험에서 침구로 교체해 진행한 결과 만족스러울 만한 진드기 제거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제품을 구매할 때는 세균을 살균하는 UV 자외선램프부만 따질 것이 아니라 진드기 흡입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소비전력인 와트(W)가 높을수록 흡입력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진드기 `박멸` 정말 가능할까
진드기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생활하는 주변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그 중 빨래가 쉽지 않은 침구, 소파, 카페트 등은 진드기의 주 서식지다. 용태순 교수는 “진드기의 수가 많지 않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모든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며 “단지 그 수가 늘어나게 되면 유전적 체질에 따라서 알레르기 발생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드기 제거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 주변의 세균을 모두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듯 진드기를 완전히 박멸할 수는 없다”며 청소, 세탁, 환기에 신경 쓸 것을 당부했다.
이인용 연세대학교 의용절지동물은행 박사 역시 진드기를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하며 그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진드기는 인간에게서 발생하는 비듬, 각질, 음식 부스러기 등을 먹고 살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 늘 있을 수밖에 없다”며 “만약 진드기가 아예 없다고 가정한다면 집안 곳곳에 잔여물이 고스란히 남아 곰팡이가 피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단, 지속적 관리로 진드기 수가 급증하는 것은 막아야 하는데 이인용 박사가 밝힌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일단 진공청소기로 실내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청소해야 한다. 제품을 고를 때는 500W 이상 흡입력에 헤파필터가 포함된 진공청소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흡입구부터 필터까지의 거리가 긴 제품일수록 충돌횟수가 늘어 진드기가 사멸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모든 가정에서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체질이 예민하고 알레르기 환자가 있는 집에서는 필터교체 주기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습식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관리는 빨래다. 최근에는 `삶기` 기능이 내장된 세탁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능을 활용하면 이불 속에 숨어있던 진드기가 부서지면서 세탁 과정에서 사체의 상당수가 빠져나간다. 이후 햇볕에 말리면 위생적 침구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집 안 공기가 탁해지지 않도록 환기에 무엇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화학적으로는 `살비제`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사용 후 이부자리와 방바닥 등에 살비제 잔류 농도가 남아있게 되면 오히려 인체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 사용하도록 한다.
침구청소기가 꼭 필요한가에 대한 물음에는 용태순 교수와 이인용 박사 모두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용태순 교수는 “침구청소기만 사용하면 무작정 해결된다고 맹신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보조적 용도로 고려해볼 법하다”고 말했다.
이인용 박사는 자외선 기능 안전 검증이 확실히 이뤄진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외선은 자칫 피부암이 발생할 수 있고 아이들이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자외선 불빛을 쬐면 각막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에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기본적인 청소를 깔끔하게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