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터치스크린패널(TSP) 소재 산업 지형도 바뀐다

TSP 소재산업 지각변동

Photo Image

지난 몇년간 스마트폰·태블릿PC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터치스크린패널(TSP) 업계는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았다. 2000년대 중반 벤처기업에서 시작한 멜파스가 내년 1조원 매출을 넘보고, 일진디스플레이와 에스맥은 매출 성장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TSP 시장에 뛰어든 많은 기업들이 3~10배에 달하는 매출 성장을 이뤘다.

Photo Image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TSP 시장이 지난해 182억달러에서 오는 2016년 387억달러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글로벌 PC 업체도 올해 들어 터치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을 확대하고 있어 시장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TSP 업계는 시장 트렌드가 바뀌면서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다. 스마트폰·태블릿PC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TSP 가격도 매년 가파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국내 TSP 산업 규모는 커졌지만, 관련 기업들 수익성은 점차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인듐주석산화물(ITO)필름·커버유리 등 핵심 소재를 일본·중국에 의존하는 탓이다. 현재 상황에서 전방 시장의 가격 압박이 더욱 심해지면 생존할 수 있는 TSP 업체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 트렌드도 급변했다. 종전에는 스마트폰용 4~5인치 TSP가 주류였지만, 내년에는 7~10인치대 중대형 TSP 시장이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에 채택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소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ITO는 산화 인듐에 5~10%의 주석을 섞어 전기를 통하게 한 물질이다. 1954년 독일의 G 루프레히트 박사가 개발했다. 투명하면서도 적정 수준의 저항값을 구현할 수 있어 TSP 전극 센서로 활용되고 있다.

TSP 원가에서 ITO센서는 25% 수준을 차지한다. 현재 국내 ITO필름 시장은 약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세계적으로는 4조~5조원 시장을 형성했다.

문제는 일본 닛토덴코가 세계 ITO필름 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ITO 원소재 인듐은 IT 기기에 널리 쓰이는 대표 희토류지만, 전체 생산량의 73%가 중국에 집중됐다. 10~15년 후에는 고갈될 가능성도 높다.

최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장과 태블릿PC 시장 성장이 맞물리면서 ITO 대체 소재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ITO는 은·구리 등 다른 도전성 물질보다 저항값이 높아 13인치 이상 중대형 디스플레이에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부리면 쉽게 깨지고 저항값도 급격하게 높아진다.

많은 ITO 대체 소재가 개발되고 있지만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기술은 메탈메시와 은나노와이어다. 두 소재 모두 전도성이 높은 순수 금속을 써 저항값이 낮고 구부릴 수 있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적용 가능하다. 인듐 같은 희토류를 쓰지 않아 원재료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인쇄전자 방식의 저렴한 공정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ITO 대체 필름 수요가 2017년에는 TSP 투명 전도성 필름 시장의 34%(면적 기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재 업계 한 전문가는 “메탈메시는 터치 민감도가 ITO보다 30% 이상 뛰어나다”며 “13인치 중대형 디스플레이부터 50인치 대형 화면까지 다양한 TSP를 제작해 스마트폰 외 다른 기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ITO 대체 소재를 상용화하기 위해 풀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우선 시인성 문제다. 메탈메시는 필름 위에 격자무늬 패턴을 만들고 그 안에 은·구리 등 금속을 도포하는 기술이다. 이 격자무늬는 200ppi(인치당 픽셀 수) 이상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의 픽셀과 겹쳐져 물결무늬처럼 보이는 `모아레` 현상이 일어난다.

모아레 현상은 메탈메시 센서 미세 공정 기술로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메탈메시 선폭이 5~6㎛ 수준인데, 3㎛까지 줄어들면 모아레 현상이 어느 정도 해결된다. 결국 전자인쇄 기술에 달린 셈이다.

은나노와이어는 나노미터 두께의 은 와이어가 포함된 용액을 필름 위에 코팅하는 기술이다. 미국 캠브리오스가 은나노와이어 원천 기술을 보유했다. 삼성은 지난해 1월 캠브리오스에 50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은나노와이어는 은 투입량이 많아 원가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나노와이어가 고르게 연결되지 않으면 터치 불량이 발생할 수도 있다.

TSP 업계 관계자는 “공정 기술만 보완되면 메탈메시나 은나노와이어를 상용화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며 “ITO 대체 물질 시장 성장을 기회로 국내 업계가 소재 국산화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