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ISO 26262 등 3대 표준 대응역량 강화

유럽 자동차 업계의 신(新) 헤게모니 전략에 맞서 국내 최대 부품사인 현대모비스가 ISO 26262, 오토사, A스파이스(ASPICE) 3개 핵심 국제표준 대응역량을 내재화하기로 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완성차 업체 요구에 언제든 응할 수 있는 상시 대처능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현대모비스는 차량 전장화 및 소프트웨어 복잡도 증가 추세에 따른 신생 국제표준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2010년 국제표준기술팀을 신설한 현대모비스는 현재 ISO 26262, 오토사(AUTOSAR), A스파이스 3개 자동차 국제표준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12명이던 팀원도 24명으로 대폭 늘렸다. 외부 전문기관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전문가를 양성해 독립적 대응역량을 갖추기로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ISO 26262와 관련해 현대모비스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외부 기관으로부터 인증을 획득한 부품은 총 4종(LKAS, SCC, ACU, SPAS)이다. 내년 초까지 2종을 더하기로 했다. 내년부턴 외부 기관 도움 없이 12종의 ISO 26262 기반 부품을 개발하고 인증 심사도 직접 하기로 했다. 2010년 말부터 지금까지 3년 이상 충분한 노하우가 쌓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내부 전문가만 200명을 넘어섰다. 지난달에는 ISO 26262 관련 가장 높은 수준의 자격증인 기능안전 전문가(FSCP) 자격증을 독일 TUV SUD로부터 획득한 직원을 배출하기도 했다. 인증기관이 아닌 일반기업 직원이 이 자격증을 받은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외부 전문업체와 협력해 오토사 4.0대 버전을 개발한 현대모비스는 내년 하반기까지 이를 시범 적용한 제품 10종을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오토사 4.0대 버전을 표준으로 정한 만큼 이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오토사를 실제 부품에 적용하는 능력이 중요한 만큼 자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 초부터 2년간 SW 개발 프로세스 검증 국제표준인 A스파이스 대응을 시작한 현대모비스는 연내 국내 최초로 레벨3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금까지 국내 업체가 받은 가장 높은 A스파이스 인증은 레벨2였다.

ISO 26262와 오토사, A스파이스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준수를 요구하는 3대 국제표준이다. 그 배경에는 날로 증가하는 전장부품과 SW 복잡도가 자리한다. 자동차가 전자제품처럼 되면서 오작동에 따른 사고 위험성이 커진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장부품과 관련 SW가 안전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성이 생겼고, ISO 26262와 오토사, A스파이스가 대책으로 등장했다. ISO 26262는 안전과 관련된 전장부품 시스템 전체를 다루고, 오토사와 A스파이스는 그 중에서도 차량 SW에 특화된 표준이다. 표준을 준수하지 않으면 부품 공급 입찰 참여가 불가능해지고 제조물 책임(PL) 소송에서 불리한 판결이 예상되는 등 표준 자체가 유럽 자동차 업계를 유리하게 해주는 헤게모니로 작용하고 있다.

박병철 현대모비스 국제표준기술팀장은 “과거 국제표준은 형식적인 절차를 통해 획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현재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요구하는 3대 표준은 실질적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기존 개발 방식을 모두 버리고 최신 기법을 도입해야 하는 만큼 국내 부품사들이 글로벌 동향을 파악하고 자체 대응역량을 확보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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