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보유한 적정 수준 이상의 사내 유보금에 과세하는 안을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가운데 10대 그룹의 사내 유보율과 유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1668%, 47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내 유보율은 롯데그룹이 가장 높았고 유보금액 규모는 삼성이 절대 우위였다.
20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의 금융사를 제외한 82개 상장 계열사의 사내 유보금을 조사한 결과 지난 6월 말 현재 477조원으로 3년 전인 2010년 말 331조원에 비해 43.9% 늘어났다. 사내 유보율도 1376%에서 1668%로 292%포인트나 상승했다.
최근 일부 야당의원을 중심으로 적정 수준 이상의 사내 유보금에 과세하는 법인세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 중이다. 대기업이 투자와 고용에서 책임을 더 가져야 한다는 접근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반대 입장이다. 이중 과세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오히려 해외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정이 반대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실제로 입법화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지만 이 같은 논의가 시작된 것만으로도 재계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10대 그룹 가운데 사내 유보율은 롯데그룹이 5123%로 가장 높았다. 7개 계열사 사내 유보금은 26조5000억원으로 3년 전 17조7000억원에서 49.5% 늘었다. 2위는 포스코로 3722%에 달했다. 7개사의 사내 유보율은 2010년보다 342%포인트 상승했고 사내유보금은 43조9000억원이다. 삼성그룹 13개 상장사의 사내 유보율은 3709%로 그 뒤를 이었다. 2010년 2478%에서 3년 새 1232%포인트나 높아졌다. 상승폭으로는 10대 그룹 가운데 최고다. 삼성 계열사의 사내 유보금은 3년 전보다 50.1% 늘어난 162조1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의 3개 상장사의 사내유보율은 3340%로 2010년 2579%에서 760%포인트 상승했다. 현대자동차그룹 9개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은 2010년 50조5000억원에서 두 배가량 불어난 100조6000억원으로 금액 순으로 삼성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나머지 SK, LG, GS, 한진, 한화 등 5개 그룹의 유보율은 평균을 밑돌았다. GS 1135%, SK 822%, LG 737%, 한화 511%, 한진 211% 순이다.
기업별로는 SK텔레콤의 사내 유보율이 3만7821%로 최고였다. 사내 유보금만 15조3000억원이다. 이어 롯데칠성음료 2만9151%, SK C&C 2만8900%, 롯데제과 2만3258%, 삼성전자 1만8712%, 현대글로비스 1만533%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별 사내유보금으로는 삼성전자가 137조8000억원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2위 현대자동차(48조원)와 세 배 가까운 큰 격차다. 이어 포스코 41조5000억원, 현대모비스 18조5000억원, 현대중공업 17조5000억원, 기아자동차 16조1000억원, 롯데쇼핑 15조4000억원, SK텔레콤 15조3000억원, SK이노베이션 15조원, LG전자 11조9000억원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당기이익 가운데 세금과 배당 등 지출액을 제외하고 사내에 축적한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이다. 이를 납입자본금으로 나누면 사내 유보율이 된다. 유보율이 높을수록 재무구조가 좋고 무상증자, 배당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반면에 현금만 쌓아두고 투자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받을 수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