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옛 강자 한국IBM `종이호랑이`로 전락

과거 국내 시장에서 금융IT 강자로 군림하던 한국IBM이 최근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 못한 채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 최대 공급사례로 홍보하던 국민은행 메인프레임 공급사례도 경쟁사에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17일 금융권과 IT업계에 따르면, 한국IBM은 셜리 위 추이 대표가 취임한 지난 1월 이후 금융권 시스템통합(SI)이나 컨설팅, IT아웃소싱 사업 수주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실적이 저조한 원인으로는 IT서비스와 IT아웃소싱을 수행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GBS)·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GTS) 조직의 핵심인력 이탈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발주된 기업은행 차세대 시스템, 신한은행 데이터센터 이전, NH생명·화재보험 차세대 시스템, 현대카드 차세대 시스템 등 금융권 대형 프로젝트는 모두 삼성SDS·LG CNS·SK C&C 등 국내 IT서비스기업이 수주했다. 한국IBM은 대구은행 정보계 마스터플랜 수립 컨설팅 등 일부 사업 외에는 수주사례가 전무하다.

IT아웃소싱 사업도 마찬가지다. 제조분야에서 강점을 보였던 한국IBM의 온디맨드 정책이 금융권에서 교보생명 외에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 SK C&C가 수주한 1500억원 규모의 산업은행 IT아웃소싱 사업도 제안 검토를 진행하다 포기했다.

온디맨드 계약 대신 제시한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계약도 고객사 이탈이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 공급사례인 국민은행이 한국IBM의 OIO 계약이 부담스러워 기존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다운사이징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한국오라클과 한국HP, 한국IBM 상대로 다운사이징 성능점검 제안요청서를 배포했다.

국민은행은 내년부터 각사가 제안한 유닉스 제품상대로 개념검증(PoC)과 벤치마킹테스트(BMT)를 진행한다. 한국IBM은 유닉스 다운사이징 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하면 기존 국민은행과 맺은 1500억원 규모의 OIO 계약 매출은 사라지게 된다.

관련 업계는 한국IBM이 금융권 SI·컨설팅·IT아웃소싱 사업에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게 된 이유로 지난 2~3년간 관련 인력이 대거 퇴사한 것을 꼽는다. 관련 조직도 과거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한국IBM을 퇴사한 한 관계자는 “GBS와 GTS의 인력들은 지난 2~3년간 상당수가 퇴사해 다른 회사로 이동했다”며 “특히 영업과 컨설팅 인력들이 대거 퇴사했다”고 말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IBM이 외국에서 대표가 온 후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 서비스 사업은 포기한 것 같다”며 “과거와 달리 금융권 사업에서 제안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IBM은 “금융권 SI 구축 프로젝트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며 준비 중인 프로젝트도 다수”라며 “금융권 SI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공식입장의 근거인 참여 프로젝트는 공개하지 않았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