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힘 `창조`

콜럼버스의 달걀과 애플 아이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둘 다 알고 보면 정말 쉽지만 누구든지 생각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콜럼버스는 `달걀을 세울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아예 달걀 끝을 깨트리는 방법으로 답했다. 컴퓨터 제조업체였던 애플은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열풍을 일으키며 모바일 통신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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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생각으로는 달걀은 세울 수 없고, 스마트폰은 최신 기술의 집약체여야 한다. 그러나 콜럼버스는 달걀 끝을 깨뜨리면서 고정관념도 함께 깨뜨렸으며, 스티브 잡스는 기존 모바일 기술을 소비자 편의에 맞춰 재조합하는 것만으로 모바일 기기의 역사를 다시 썼다.

사실 콜럼버스와 잡스는 대단한 발명가는 아니다. 그렇지만 상식 파괴, 발상 전환, 새로운 아이디어 창조로 이전과는 다른 시도를 했고, 그 결과 많은 사람의 입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시장의 역사를 다시 쓴 주인공이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강자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저장장치에 속하는 셀(cell)을 평면으로 배열하지 않고 위로 쌓아올린, 이른바 `수직 적층` 방식의 3차원 반도체를 개발해 양산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반도체는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셀 사이 간격을 좁히는 `미세화` 방식을 사용했다. 셀 간격은 50~60㎚에서 20~30㎚로, 지금은 10㎚ 수준까지 좁아진 상태다. 하지만 전자정보가 오가는 통로가 너무 좁아지다보니 옆에 있는 셀과 간섭 현상이 심해졌다. 셀 간격을 좁히는 것은 불가능하며, 미세화 공정에 한계가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삼성전자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셀을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쌓아 문제를 해결했다. 셀 간격을 줄이려면 생산설비를 새로 들여야하지만, 수직 적층 방식은 기존 설비를 활용할 수 있어 투자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미세화 공정 경쟁 중심이던 반도체 시장 경쟁의 기준을 아예 바꿔버린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수여하는 `2013 대한민국 기술대상`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삼성전자 사례는 게임의 법칙에는 `따를 것인가, 혹은 실패할 것인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드는 것도 가능함을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데도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제시하며 시장을 선도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되는 `산업기술주간`의 주제인 `창조, 대한민국 산업기술의 DNA`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이번 기술대상에서는 삼성전자 외에도 친환경 온수기를 내놓은 경동나비엔,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 PCT 수지를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SK케미칼 등 총 34개 기술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드시 선두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만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란 말처럼 쉽지 않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올해 기술대상 수상작들은 오랜 시간 묵묵히 땀흘려가며 연구에 매진한 대가로 마침내 `세계 최초, 최고, 유일` 등의 빛나는 타이틀을 거머쥔 주인공들이다. 경쟁의 기준을 주도하고 산업기술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이들이야말로 기술대상 트로피의 모양처럼 우리 경제의 빛나는 별, 진정한 `스타`가 아닐까.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jhchung333@kia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