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하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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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KT 회장 인선 보도에 대한 나의 입장`이라는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요지는 KT 차기 회장 인선 문제로 본인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은 KT 회장을 맡을 의사가 없음을 수차례 분명하게 밝혔음에도 근거 없는 추측이 난무, KT 회장 인선에 나설 계획이 없다는 뜻을 재차 표명할 필요를 느꼈다고 한다.

이석채 KT 회장의 중도하차로 후임 KT 회장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본의 아니게 하마평에 거론된 김 전 의장을 비롯해 전현직 KT 인사, 전직 관료, 삼성그룹 출신 CEO 등 이른바 `거물급 인사`가 총망라됐다.

하마평이 후보자에 대해 세상에 떠도는 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적으로 신뢰하기도, 그렇다고 액면 부정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 억측에 가까운 `카더라 통신`을 양산하면서 김 의장이 자신을 거론하지 말라는 희한한 보도자료까지 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실제로 요즘 언론에 거론되는 인사 가운데는 상식적으로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인물도 많다. 전 정권 핵심인사나 통신과 전혀 관계없는 인물, KT와 완전히 결별한 사람까지 납득할 수 없는 인사가 버젓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매체나 기자의 역량과 자질을 의심할 정도의 하마평도 많다. 정치경제적, 혹은 KT 내외의 역학구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연초 미래부 장관 하마평이 대표적이다.

한 매체의 잘못된 분석을 문제의식 없이 받아쓰면서 마치 사실인양 회자된다. 결국 하마평과 전혀 다른 인사가 선임되면 언론들은 또 `의외의 인사`라고 자평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과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신뢰의 위기가 저널리즘의 위기를 불렀다는 사실을 언론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근거 없는 하마평에 김 의장처럼 `아니다`라고 밝히는 소신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생각도 든다. 그들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근거 없는 소문은 확대·재생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침묵은 자칫 오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당사자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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