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 대도시는 넥스트 실리콘 밸리를 꿈꾸나

“향후 10년 간 기술 관련 일자리를 두 배로 늘리겠습니다.”

림 엠마뉴엘 시카고 시장은 최근 4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스타트업 창업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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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

미국 대도시가 실리콘밸리 따라 잡기에 한창이라고 더버지가 보도했다. 시카고를 비롯해 덴버, 디트로이트, 뉴올리언스도 앞다퉈 IT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쏟아냈다. 왜 미국 대도시가 스타트업 늘리기에 목을 매는 것일까.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이어진 대규모 기업공개(IPO)를 바라는 건 아니다.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스타트업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다른 산업에 비해 적은 투자로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과연 기술 기업이 도시를 되살릴 수 있을까. 답은 뉴욕에서 나왔다. 블룸버그 시장은 뉴욕에 기술 기업 창업을 독려했다. 월스트리트 의존도가 높은 뉴욕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엄청난 실업을 겪었다. 이 때 공백을 메운 주역이 기술 기업이다. 뉴욕은 디지털 콘텐츠를 창조하는 기술 기업이 밀집한 `실리콘앨리`를 일궜다. 뉴욕은 금융 위기 후 엄청난 실업자가 생겼지만 20년 만에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며 미국 경제 회복에 기여했다.

마이클 만델 프로그레시브 정책연구소 경제학자는 “미국 경제의 본질이 바뀌기 시작했다”며 “제조업에서 정보기술로 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 간 시카고 쿡 카운티는 8만9100개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전체 26%에 달한다. 엠마뉴엘 시장이 4만개 새로운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밝혔지만 없어진 제조업의 절반도 안 된다. 로스앤젤레스와 디트로이트 상황은 더욱 나쁘다. 미국 제조업의 심장인 디트로이트는 파산을 선언했다.

이 상황을 극복할 해법이 스타트업 인큐베이션이다. 젊은 창업자에게 사무실 공간을 주고 아이디어 현실화를 지원한다. 대도시는 매우 저렴한 공간은 물론이고 빠른 인터넷과 프린터에서 심지어 커피머신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대도시 입장에서 그리 큰 투자는 아니다. 이곳에서 창업자들은 서로 자원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한다. 이들은 함께 모여 더 큰 꿈을 만들고 현실화한다. 기술 기업은 외식 산업이나 레저 분야보다 훨씬 높은 연봉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 시장 파급 효과도 크다.

물론 기술 스타트업이 일자리 창출에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IPO를 하며 많은 억만장자가 생겼지만 그리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지는 못했다. 페이스북의 시가 총액은 1200억달러(약 128조원)로 맥도널드보다 크지만 고용 인원은 5000명에 지나지 않는다. 맥도널드는 44만명을 고용한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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