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과 지식재산(IP) 확보는 기업 성장의 핵심이다. 새로운 혁신의 원천은 기업 내부에도, 외부에도 있다. 내부 역량을 집결하는 것도, 외부에서 움트는 혁신 아이디어를 빠르게 흡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공적인 연구개발(R&D)도 `될성부른 떡잎`이 있어야 가능한 법이다. 많은 기업이 훌륭한 재료를 찾아 헤매지만 진흙 속 진주 찾기는 쉽지 않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특공대를 조직했다. 일명 `AST(Advanced System Technology)`다. 이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미래 기술을 찾아 곳곳을 누빈다.
◇각 연구 거점은 독립 운영 보장=AST는 ST 전체 그룹의 시스템 R&D 분야 핵심이다. 반도체 칩이나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3년이나 5년 후 ST가 집중해야 할 새로운 먹거리 산업과 관련 시스템을 연구하는 일에 전념하며 시스템 지식을 전략적으로 축적한다. 특히, △보안 △이미징·비디오 △초저전력 및 헬스케어 등에 필요한 IP를 미리 선점해, ST가 새로운 시장에 빨리 진입하도록 지원한다.
AST는 이탈리아 밀라노카타니아, 프랑스 루세, 인도의 그레이터노이다에 대규모 연구소를 갖고 있다. 다른 지역에도 소규모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구성원은 조직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임원진을 제외하고는, 수평적 구조다. 각 직원은 독립성을 갖는다. 개별 프로젝트가 연계된 지역에서 직접 근무한다. 연구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터라 출장과 이동도 잦다. 수평적 조직은 무엇보다 연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각 팀원이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며 의미 있는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해박한 지식과 합리적인 결과 도출,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다양한 역량이 요구된다. 기본적으로 AST는 특별한 채용 기준은 없다. 단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뿐만 아니라, 담당 분야에 대한 순수한 의지와 열정은 물론이고 시장을 분석하고 새로운 분야를 관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여러 연구기관 및 대학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특별 채용된 직원도 많다. 화학자, 물리학자, 수학자뿐만 아니라 최근 ST가 중점을 두고 있는 헬스케어 및 의료 분야의 프로젝트를 위해 의사가 채용되기도 했다.
◇직접 협업이 핵심=AST 업무 방식은 크게 3가지다. 먼저 ST 내부 각 제품 그룹과 긴밀한 협업을 진행한다. 고객사나 연구진과의 사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보를 얻고 프로젝트를 진행해 필요한 시스템을 개발한다. 각 지역 대학 및 연구소와의 산학협력도 AST 몫이다. 주요 대학 및 연구소와 협업해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 및 연구를 진행하고, 최종 선정된 프로젝트에 ST가 투자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연구소에 AST 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AST 만이 갖는 가장 독특한 업무방식이다. 직접 AST 직원 1명이 연구소에서 생활하며 연구에 동참한다. 연구소는 AST 직원이 펠로우 연구원으로 머무를 수 있도록 허락하고 같은 조직 내에서 어려움 없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많은 경우, AST직원이 연구소에서 함께 활동하며 최첨단 기술 시스템과 산업 현장 문화를 전수한다.
AST는 적은 자본을 제공해, 연구소가 느낄 수 있는 부담감을 최소화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기술 및 연구 개발을 진행할 수 있게 배려한다.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긴밀하게 모니터링 하는 동시에 더 효율적인 방식의 개발도 돕는다. 연구소도 ST의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직접 배울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다양한 방식으로 도출된 아이템은 꼼꼼한 검토를 거치게 되며, 3~5년 후 ST의 신제품 및 기술로 연결된다. ST 내부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상용화되거나, 관련 제품 그룹으로 이관돼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지기도 한다.
◇ST의 미래 만든다=AST는 `아이디어 창출(idea generation)`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모은다. 내부적으로 첫 번째 선별과정을 거치고, 일부가 경영진의 예비 승인을 받는다. 이 아이템은 구현 가능성을 시연하는 타당성 단계로 넘어간다. 타당성이 입증되면 경영진의 최종 승인을 받아 공식 프로젝트로 선정되며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다. ST가 고려하는 것은 시장성과 잠재성, 개발 가능성, 유연성 등 다양한 요소와 더불어 기업 내부 역량으로 실현할 수 있는지 등이다. 타 기관과의 협업이 가능한지도 중요하다.
AST에서 근무하는 필리포 멜자니는 “사실 정확한 제품 구상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연구를 시작한다”며 “수년 뒤, 아이디어가 차세대 제품으로 특별한 수요와 요구를 충족시키면 경험은 매우 특별하다”고 말했다.
마르코 카시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수석부사장 겸 한국·일본 총괄사장은 “AST는 굉장히 독특한 조직으로 그 자유로움이 AST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AST는 미래 기술을 `제품`이 아닌 `시스템` 관점으로 바라보는 조직으로 당장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활동한다”며 “유수 대학 및 연구소와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며 기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도 AST의 특별한 점”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