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가 쉽게 걷히지 않는다. 운영자 체포로 문을 닫았던 세계 최대 인터넷 밀거래 사이트 `실크로드(Silk Road)`가 돌아왔다. 첨단 보안 기술로 무장한 가상의 음지는 양날의 칼이 되는 정보기술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7일 포브스는 마약과 해킹용 소프트웨어 불법 밀거래 사이트 `실크로드 2.0`이 영업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마리화나에서 엑스터시·코카인에 이르는 약 500종의 마약이 팔린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끈질긴 추적 끝에 실크로드 운영자 로스 윌리엄 울브리히트를 체포하고 사이트를 폐쇄시킨 지 한 달 만이다. `공포의 해적 로버츠(Dread Pirate Roberts)`란 닉네임을 쓴 히트는 2011년부터 2년 여간 95만 여명의 실크로드 사용자를 상대로 12억달러(약 1조2700억원)에 달하는 불법 거래를 자행했다.
각종 기술로 판매자와 구매자 신원을 숨기는 이 사이트는 추적이 불가능해 미국을 비롯한 각국 법 감시망을 피해왔다. 포브스는 `실크로드 2.0 개시는 검은 인터넷(The Dark Web)을 위한 암시장의 부활`이라 전했다. 실크로드 2.0의 새 운영자는 트위터에서 “실크로드를 결코 없앨 수 없을 것”이라며 복귀를 알렸다. 시너지란 닉네임의 사이트 사용자 포럼 의장도 “실크로드 2.0은 더 강력해진 보안 툴을 갖췄다”며 사용자를 안심시켰다.
새 사이트에서 사용자는 `PGP(Pretty Good Privacy) 보안키`를 적용해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다. 정보를 암복호화 하면서 제 3자가 원본 정보를 알 수 없도록 하는 보안 기술이다. 또 사용자 정보를 감춰주는 가상 네트워크 `토르(Tor)`와 보안화폐 비트코인을 써서 사용자 신원을 보호한다. 실크로드 2.0은 미국 법무부가 `히든 사이트가 차단됐다`고 표시하며 닫았던 로그인 페이지를 `다시 돌아 온 히든 사이트`로 고쳐 띄우며 조롱했다.
실크로드는 국내에서도 접속 가능해 관계 당국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익스플로러나 크롬으로는 불가능하고 실크로드 전용 브라우저가 필요하지만 검색으로 쉽게 받을 수 있다. 브라우저 설치가 끝나면 사이트에 접속해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 결제 수단은 비트코인만 쓰인다.
실크로드 2.0의 앞날은 험난할 가능성이 높다. 포브스는 “새 실크로드가 사용자로 하여금 암시장을 계속 이용해도 될지를 확신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 전했다. 앞서 실크로드와 유사한 사이트인 `아틀란티스`와 `프로젝트 블랙 플래그`, `블랙마켓 리로리드`에서 잇따라 문제가 발생했다. 아틀란티스 운영자는 `보안 문제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가야한다`며 계정의 모든 비트코인을 갖고 도주한 바 있다. 지난 주 프로젝트 블랙 플래그 운영자도 사이트 비트코인을 도난당했다며 종적을 감췄다.
지난 10월 초 블랙마켓 리로디드 운영자는 `사이트의 소스 코드가 웹에 유출됐다`고 우려했다. 배카피(Backopy)란 닉네임으로 알려진 블랙마켓 리로디드 운영자는 “사용자 신상이 노출될 위험이 있을 경우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다”고 밝혀와 사이트 존폐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보안 기술을 믿는 실크로드 지지자는 적지 않다. 한 사용자는 사용자 게시판에서 “나는 새 실크로드를 믿는다”며 신뢰를 표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