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글로벌 IT기업이 나오려면 스타트업 생태계가 필수다

아시아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유기적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투자자와 역량 있는 기술자를 손쉽게 연계하고 스타트업끼리 교류하는 실리콘밸리 환경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테크인아시아는 인터넷 확산과 전기차, 의료 혁신, 3D프린팅, 모바일 산업 등을 고려하면 아시아는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췄다고 6일 보도했다. 싱가포르 싱텔은 스타트업 인수에 수조원을 쏟아 붓고 베트남 정부는 적극적으로 육성책을 내놓는다. 문제는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생태계가 없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시장은 좋은 투자자와 역량 있는 기술자가 만날 때 발전한다. 실리콘밸리의 힘은 스타트업의 `거대한 집중(huge concentration)`에서 나온다. 많은 스타트업이 한 울타리 안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성공을 시험한다. 여러 투자자가 기술 독창성과 성공 가능성을 보고 과감하게 투자한다.

지난해 벤처캐피탈이 실리콘밸리에 투자한 금액은 100억달러(약 10조6000억원)에 이른다. 투자만 많은 게 아니다. 새너제이부터 산타클라라까지 빽빽이 들어선 스타트업에 컴퓨터 전문가 4만여명이 근무한다.

아시아 최대 컴퓨터 기술자 양성소인 인도는 지난해 150만명을 교육했지만 대다수가 직장에서 일하지 않는다. 싱가포르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스타트업에 투자할 자금이 넘쳐나지만 능력 있는 기술자가 부족하다. 아시아 전체에 걸쳐 이런 불균형이 난무한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의 고립`도 개선돼야 할 점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인스타그램 사장과 쿼라(Quora) 사장이 친구라든가, 세일즈포스닷컴 사장이 애플 사장 밑에서 일했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흔하다. IT기업 거물끼리의 교제가 무척 자연스럽다. 새롭게 얻은 정보는 사업 전략에 반영한다.

반면 아시아 스타트업은 너무 멀리 떨어져서 교류가 쉽지 않다. 거리상의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직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 보니 실리콘밸리와 같은 현상이 드물다. 통합된 스타트업 생태계 없이는 좋은 스타트업을 육성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테크인아시아는 아시아만의 스타트업 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에는 스타트업과 이를 지원하는 회사가 맞물려 돌아간다. 오랜 기간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형성된 실리콘밸리만의 체계다. 창업 투자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Y콤비네이터` 같은 회사도 이 철학에서 나왔다. 아시아는 철학을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 없었지만 반드시 고유의 철학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렇지 않다면 커다란 잠재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 스타트업 환경의 문제점

1. 투자자와 역량 있는 스타트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생태계가 없다.

2. 스타트업끼리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3. 아시아만의 스타트업 철학이 없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