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즈 CEO 해임, 존 첸 前사이베이스 회장이 직무대행
블랙베리가 매각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토르스텐 하인스 최고경영자(CEO)를 해임하고 전환사채를 발행해 10억달러(약 1조600억원) 자금을 조달한다. 매각 대신 독자 생존이라는 가시밭길을 선택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랙베리가 매각을 철회하고 캐나다 보험사 페어팩스파이낸셜홀딩스와 기관 투자가들에게 10억달러 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한다고 보도했다. 전환사채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매각 철회는 인수 사전 계약을 맺었던 페어팩스파이낸셜홀딩스가 47억달러를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블랙베리 대주주인 페어팩스는 “회사 전체를 매입하지 않고 다른 투자자와 함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1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각을 지휘했던 하인스 CEO는 물러난다. 사이베이스 회장을 역임한 존 첸이 CEO 직무대행을, 프렘 왓사 페어팩스 CEO는 보수인사지배구조 관련 위원회 의장을 맡는다. 페어팩스는 블랙베리 지분 10%를 가졌는데 2억5000만달러 규모 전환사채를 매입할 예정이다. 나머지 전환사채를 구입할 투자자는 2주 후에 결정된다.
◇뉴스의 눈
블랙베리가 수장 교체와 매각를 취소하는 카드로 독자 생존 승부수를 띄웠다. 블랙베리가 과연 회생할 수 있을까. 고급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더욱 치열해진 스마트폰 시장은 블랙베리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외신은 블랙베리가 시한부 생존 시간을 늘렸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콜린 길린스 BGC파트너스 연구원은 로이터에 “이제 다시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며 “블랙베리는 10억달러로 시간만 연장했으며 경영 악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한 스마트폰 시장이 매각을 발표했을 당시와 다를 게 없는데다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코렐로 모닝스타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블랙베리는 일반 고객보다 특별한 보안을 요하는 정부와 기업 시장에서 성장했다”며 “이런 특수성이 레노버 등 중국 제조사에 회사를 쉽게 팔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블랙베리는 마련한 자금을 사업 구조조정과 신제품 개발에 사용할 예정이다. 존 첸 CEO직무대행은 블랙베리 향후 계획에 대해 “조금 시간을 달라”며 비즈니스 서비스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