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의외로 쉽게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는 연구원이 한 서울대학교 교수에게 기구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한 이야기다. 듣고 있던 교수가 무릎을 쳤다. 적당한 사람을 연결해주겠다는 것이다. 틀을 깨고 시야를 넓히면 의외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흔한 사례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지향하는 것이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스마트 혁명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 한 분야만 깊게 파서는 답이 없다. 끊임없이 교류하고 협력해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지난달 30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글로벌 소재 테크 페어`에 1000여명의 인파가 몰린 것은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요구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국내 대중소 기업 종사자들이 강연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사가 대기하고 있는 장소로 달려가 협력 가능성을 물었다. 이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시작을 알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우리 제조업은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파트너를 찾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전혀 다른 분야와 협력을 시도하는 것은 고사하고 기업 내에서조차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소재부품 기업들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나면 가장 많이 받는 피드백 중 하나가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아쉬움이다. 해당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는 기사가 게재된 후 취재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얘기한다.
“삼성(또는 LG)에서 왜 이런 기술을 소개하지 않았냐고 전화가 왔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 담당자들 찾아가 프레젠테이션만 한 게 수차례에요. 그 담당자들만 듣고 공유를 하지 않으니 정작 이 기술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전달되지 않은 것이지요.”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열린 마음만 있으면 된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