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제품에 지금 같은 반도체가 쓰인 건 1950년대부터다. 그 전까지 기초 기술은 개발돼 왔지만 대량 양산은 불과 60여년 전에 시작됐다.
그동안 반도체는 1㎝×1㎝ 크기 패키지 안에 수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어넣는 데까지 발전했다. 지금까지 써온 방법은 전자가 이동하는 회로의 선폭을 줄여 집적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미 10나노미터(nm)대까지 선폭 두께를 줄인 반도체는 미세화 한계에 이르렀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제는 반도체 구조를 바꾸고 실리콘이나 기존에 사용하던 금속 산화물 외 신물질을 이용해 고속·대용량·저전력 반도체를 개발해야 할 시기가 됐다.
그래서 나온 게 트랜지스터 구조 변화다. 2차원(D) 평면형으로만 구현되던 트랜지스터는 이제는 핀펫(FinFET, 물고기 꼬리 모양) 모양으로 진화했다. 웨이퍼 위에 반도체 회로를 쌓는 신기술도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한 개 다이(Die, 웨이퍼 위에서 반도체 하나에 해당하는 부분) 위에 반도체 층을 여러 겹 쌓은 3D 반도체를 출시했다. 실리콘관통전극(TSV)도 차세대 패키지 방식으로 각광 받고 있다.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한 개의 패키지에 묶을 수 있어 반도체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전자 이동거리가 짧아져 전력 소모량도 줄어든다.
반도체가 점점 복잡한 기능을 구현하면서 반도체 웨이퍼 일부를 갈아내고 새로운 층을 쌓는 화학적기계연마(CMP)가 중요한 공정으로 자리잡았다. CMP는 웨이퍼 윗면을 nm 단위로 미세하게 갈아내는 공정이다. 반도체 층을 쌓으려면 기존 층을 균일하게 깎아내고 층을 분리하는 등 신소재가 필요하다. 다우케미칼과 3M은 화학적기계연마(CMP) 솔루션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다우케미칼은 CMP 패드 시장 전 세계 1위 업체다. 3M은 일부 CMP 슬러리 공정 소재를 독점 공급한다. 밍 쳉 3M 테크니컬 디렉터는 “반도체 공정은 연마재, 세척제, 코팅제 등 수많은 제품을 요구하고 지속적인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스프는 CMP 슬러리, 습식 증착(CVD) 화학 약품, 포토 공정용 약품, 세정, 식각(에칭), 구리 공정 기술 등 반도체 전 공정에 걸쳐 다양한 소재 노하우를 공개했다. `Planapur`는 CMP 슬러리의 일종이다. 다우케미칼·3M 등과 각축을 벌인다. TSV를 구현하기 위한 `Cuprur` 솔루션도 제안했다. `Fotopur` 시리즈는 TSV용 포토 공정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 성장 기술이다. 후공정 패키지용 범핑 소재 역시 바스프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다. 이번 테크 페어에서는 구리(Cu), 몰리브덴(Mo), 타이타늄(Ti) 증착 기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졌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구리 층을 쌓고 포토레지스트를 이용해 회로를 그린 후 포토레지스트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구리는 접착력이 떨어지고 반응성이 좋아 균일한 에칭이 힘들었다. 바스프는 과산화수소(H2O2) 기반 소재에 불소(Fr)를 사용하지 않고도 공정 속도를 높이고 장비 수명은 늘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보리스 예니쉐스 바스프 아태지역전자재료사업본부 사장은 “에칭 성능이 좋으면서 산도도 중화시킨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캐시 마컴 다우케미칼 전자재료 R&D 총괄 디렉터는 반도체에 쓰이는 자사 포토레지스트, CMP 패드, CMP 슬러리 소재에 대해 소개하면서 “특수 에폭시 등 패키지 소재는 전담팀을 만들어 집중 개발하고 있을 정도”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