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험인증 시장 규모가 지난해 153조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한국이 차지하는 시장은 5.5%가량인 8조4000억원이다. 반도체·휴대폰·자동차·조선 등 세계 최고 역량을 갖춘 제조업이 건재해 1980년 이후 연평균 11.7%씩 성장했고 앞으로도 전망이 밝은 시장이다. 2000곳이 넘는 시험인증기관이 난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수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영세기관이 태반이고 인력보유 현황도 열악하다.
세계 1위 시험인증 기관인 SGS의 한 해 매출액은 5조9000억원이다. 국내 1위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기록한 975억원은 명함도 내밀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인력보유 현황은 더 심각하다. 국내 7대 시험인증기관의 인력을 모두 합해도 SGS의 24분의 1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이나 KTL이 해외 시험인증 및 인정기구와 교류하며 글로벌화에 나섰지만 세계 각국에 500~900개 지사를 보유한 독일 TUV라인란드나 프랑스 뷰로베리타스(BV) 등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 시험인증 기관은 설립 100년을 훌쩍 넘는 해외 기관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체계적인 전문 인력 양성과 글로벌화에 노력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국내에는 전문화와 글로벌화 기반을 닦을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이라는 비옥한 토양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시험인증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장 전수 실태조사를 벌이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늦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은 전수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시험인증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지원법도 제정한다는 소식이다.
시험인증 산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KTL·KTR 등 주요 시험인증기관의 최근 연평균 종업원 증가율은 5.9%다. 꾸준하게 늘어나는 기존 제조업 수요는 물론이고 전기자동차·의료기기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화와 함께 상대국에서 실시한 제품시험을 인정해주는 상호인정협정(MRA) 등을 활용하는 것도 각국의 시험인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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