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여파로 최근 일본산 수산물 안전에 관심이 고조됐다. 일본이 바다로 흘려보낸 방사능 오염수는 지구상의 모든 바다와 연결돼 세계 모든 이들이 수산물 안전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 자료를 정직하게 제공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다.
국내에서도 일본산 수산물의 안전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고, 이러한 관심은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로 이어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도 수산물 중심의 식품 방사능 분석 의뢰가 폭주하고 있다. 다량의 각종 시험 식품들로 시료보관 냉장고가 넘쳐나는 실정이다.
연간 국내에서 소비되는 415만톤의 수산물 중 일본산은 0.5%에 불과하지만 일본산 수산물로 인해 오히려 국내 수산물 관련 산업 붕괴마저 우려된다.
지난 9월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현 주위 8개 현에서 생산된 수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했고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이외 지역의 일본산 수산물(축산물 포함)은 세슘이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스트론튬 및 플루토늄 등 기타 핵종에 대한 검사증명서를 추가로 요구하겠다고 방침을 정했다.
국내산 식품 방사능 검사기준도 현재 적용하고 있는 세슘기준 1㎏당 370Bq(베크렐)을 일본산 식품 적용 기준인 100Bq/kg으로 강화했다. 일본산 수산물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유통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로 하는 특별조치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의 코덱스(codex) 기준이 세슘134, 세슘137 1000Bq/㎏인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 정부의 기준은 국제기준보다 10배나 강하다.
현재 출연연구기관 중 4개 기관에서 방사능 분석이 가능하지만 지자체, 생산자와 유통업자가 포함된 민간수요 분석지원을 수행하는 곳은 기초연 한 곳뿐이다. 방사능 오염여부를 가리는 핵심지표인 아이오딘131, 세슘134, 세슘137을 정부 방사능 기준의 100분의 1 이하 수준인 시료 1Bq/㎏ 기준의 검출한계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월평균 400건의 방사능 분석 의뢰가 들어온다. 적정수준인 100건을 훨씬 초과했다. 시료 분석에 건당 5시간 이상 소요되므로 24시간 밤샘작업을 해야 한다.
현재까지 자연 방사능 이상으로 의심되는 방사능이 검출되지는 않았다. 자연 방사능 이상의 오염이 검출되면 식품안전에 구멍이 난 심각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 절대적으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철저한 감시와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국제적으로 정확성과 신뢰성을 공인받은 분석기관에서 생산되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먹거리의 방사능 오염 및 각종 유해성분의 안전성 유무를 판단함으로써 국민이 공감하는 과학적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식품의 유통이나 검역 현장에서 국민들이 연구실 수준의 정밀도로 먹거리 안전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현장용 이동형 분석장비들을 개발하는 것도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국민 신뢰를 확보하는 방안이다.
일본 수산물 방사능 분석의뢰처럼 이제 분석과학기술은 일반 국민의 밥상에 오르는 먹거리 안전문제와 같은 국민의 안전한 삶과 국가〃사회 문제 해결에 필수요소인 만큼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은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정광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khchung@kbs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