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전문가들 `한국 통신료 고가 논란` 놓고도 공방

통신료 원가공개 찬반 공방

통신비 원가 공개 논란의 뒤에는 `우리나라 통신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전제가 있다. 국가 공공재인 주파수를 이용하는 통신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원가를 공개해 적정한 가격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보자는 논리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우리나라 통신비가 결코 비싸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실상 기업의 수익구조와 전략 등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기회비용으로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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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통신비는 아주 싼 편”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는 “요금은 요율과 가계비 비중 두 측면으로 봐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요율은 아주 싼데 사용량이 많아 가계비 비중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요금이 많이 나오는 것은 요금 인하 문제와는 별개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물·에너지를 과소비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통신서비스를 같은 기준으로 따지면 수 배는 더 과소비하는 셈”이라며 “요금 인하 주장을 하기 전에 정확한 요율에 근거해 적정성을 따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대학 교수도 “통신비 원가 공개는 사실상 요금 인하 압박 명분을 만들기 위한 정치적 논쟁이고, 경쟁을 벌이는 기업에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며 “차라리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다른 정책을 고민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다른 시민단체(참여연대)의 송사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기는 힘들며, 소비자 운동의 원칙은 기업 정보를 최대한 많이 공유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원가 공개 소송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단위 요금으로 보면 우리나라 통신비가 결코 비싼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가계비 비중이 크고, 따라서 `통신비 인하`보다는 (적정한 사용을 계도하는 것까지 포함한) `통신비 가계부담 완화`가 맞는 정책 방향”이라고 말했다.

또 “요금 인가가 정부 정책이기 때문에 가감없이 원가공개해야 한다는 논리는 인가제의 의미를 잘못 짚은 것”이라며 “인가제는 지배적 사업자의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요금이나 약탈적 가격정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기업의 영업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신비 원가 공개가 지나친 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은기 숭실사이버대 법학과 교수는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소비자 혜택은 줄고, 정작 통신비 인하로는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초당 1.8원 요율 역시 수년전에 정해져 변하지 않고 있으므로, 새 요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해 원가가 공개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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