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에 지난해 말 설치된 `히트펌프 시스템`은 병원에서 사용 후 버려지는 폐수(廢水)·폐열(廢熱)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이다. 24시간 실내 온도를 유지해야 하고 각종 의료기구 작동과 환자 위생관리를 위해 다량의 전기와 온수를 사용하는 병원 특성상 폐수와 폐열이 상당량 버려지는 것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이 병원은 히트펌프 시스템과 함께 각 층·구역별로 냉난방 에너지를 실시간 체크해 상황에 맞게 운영하고 각 설비별로 성능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최적의 `에너지 플랜`을 수립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약 2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비용 효율을 16% 끌어올린 수치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SK텔레콤이 구축했다.
통신사가 주도하는 빌딩·공장 에너지 관리시스템(BEMS·FEMS)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업이 본격화된지 1년여만에 궤도에 올랐다.
SK텔레콤의 `클라우드 BEMS`는 제주한라병원을 비롯해 현대백화점·동강시스타 리조트 등 빌딩뿐만 아니라 샘표·코스모화학 등 제조기업의 공장까지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클라우드 BEMS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에너지 관리 기술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에 센서와 사물통신(M2M) 기술을 접목해 공조(空調)와 수도·조명 등 정확한 에너지 사용 통계, 실시간 관리·제어가 가능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서울 을지로 본사 건물에 클라우드 BEMS를 시범 적용하고 1년만에 24%의 전기 비용을 줄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전국 5000여개 BEMS 도입 가능 빌딩에 모두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2500억원의 전기료를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에너지 관리 사업 분야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T는 자사 사옥과 계열사인 BC카드 데이터센터, 이마트·강원대학교 등에 BEMS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재의 사하라 호텔에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도 거뒀다. LG유플러스도 조명 전기요금을 평균 60%까지 줄일 수 있는 지능형 조명 제어 솔루션 `U+Biz iLS`로 에너지 관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BEMS 시스템은 해마다 반복되는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꼽힌다. 전체 전력 사용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 즉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신업계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에너지관리시스템 의무 도입,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건물이나 공장에는 BEMS·FEMS 구축 유도를 위한 시행령 등 명문화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이 에너지경영시스템 도입을 권장하는 내용을 담아 6월 발의한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일부 개정안과 같은 당 전하진 의원이 감축전력 수익화 등을 포함해 내놓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개화할 세계 BEMS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도 국내 레퍼런스 확산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국내 시장조사업체 파이크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20년 6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통신3사 BEMS 구축 현황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