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발전지향적 동반성장에 거는 기대

최근 산업계에서는 기업 간 동반성장 움직임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동반성장이란 말 그대로 `함께 성장해 가자`는 것으로,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 우리 산업 모든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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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디스플레이 산업 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은 수직적 형태로 수요와 공급자의 관계에 따른 업계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확산돼 왔다. 오랜 기간 기술을 축적해온 선진국 중소기업과는 달리 디스플레이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국내 장비, 부품·소재 기업에는 이 같은 수직 구조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을 포함해 동북아 지역에만 생산 시설이 있는 디스플레이 산업은 특성상 특정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수록 쏠림현상이나 시황에 따른 부침현상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같은 부작용을 인지한 디스플레이 업계는 일찍부터 다양한 형태의 상생협력을 시도해왔다. 2009년 당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삼성과 LG 간 협력 발표가 있었다. 세계 1·2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두 기업이 경쟁자로 여기던 상대방을 동반자로 여기면서 함께 성장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2010년에는 경쟁사의 장비 협력사 제품을 교차 구매하기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동반성장 종합대책이 제시됐다.

1년여 시간차를 두고 굵직한 동반성장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자, 실현 가능성 우려도 있었지만 산업 생태계 탈바꿈을 내심 기대하는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속담처럼 정부와 업계가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내세운 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직접적인 혜택을 체감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는 거래 관행 개선, 공동 기술 개발 등 혜택을 일부 받았으나, 2~3차 협력업체는 그 파급효과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 동반성장 모델 `발전 지향적 동반성장 프로그램`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그간의 동반성장 활동에서 다소 소외돼 온 2·3차 이하 중소 협력업체까지 보듬는 등 상생 협력 관계도 한 차원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게 됐다.

기존 추진해온 불공정 제재 조치와 더불어, 실질적으로 일궈내기 힘들었던 상생 협력을 실천할 수 있도록 보다 발전적인 방안을 도입하는 내용에 업계는 크게 공감했다. 특히 기술 로드맵 공유, 유휴 특허 공유, 공동 R&D 등 협력업체에 대한 사업기회 제공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중기에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산업혁신운동 3.0 추진해 대기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중소영세기업에도 기업당 2000만원 안팎의 혁신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이 시작됐다니 경영 애로를 겪던 우리 기업에는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논어에 `위산일궤(爲山一〃)`라는 말이 있다. 산을 만드는 것은 삼태기 하나의 흙이라는 뜻이다. 평지보다 우뚝 솟아오르기도 어려워 보이는 산도 한줌의 흙에서 시작됐듯, 동반성장을 위한 오늘의 한 걸음이 향후 우리 디스플레이산업이 오랫동안 세계 최강을 유지하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경제의 한 축을 이끌어온 디스플레이 산업이 글로벌 협력사를 만드는 상생의 모범사례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허광호 한국디스플레이협회 장비분과위원장·LIG에이디피 대표 cs@lig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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