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진 신용카드 밴(VAN)시장 구조개선 방안이 오는 25일 최종 확정된다. 15일 여신금융협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는 25일 공청회때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최종 개선안을 확정해 금융당국과 협의해 바로 적용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골자는 자율경쟁 체제를 도입한다는 것인데, 가맹점이 직접 밴사와 수수료 협상을 진행한다.
밴 업계는 대책회의를 열고 KDI 밴수수료 개선안에 대해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카드사가 개편안을 수용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 밴 대리점 중심으로 현대카드와 수수료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카드사와 밴사가 전면전으로 수수료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선 밴 업계는 공청회때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금융당국과 카드사, KDI 그 누구도 밴 업계와 협의 한번 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수수료 협상 주체가 밴사인데, 개편안 발표 후 금융당국이 카드사 사장들을 불러 협조를 요청한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신용카드 밴 협회 관계자는 “200만 가맹점 밴 수수료 정산문제를 포함한 비효율성, 전산시스템 변경에 따른 실현가능성은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논란 해소를 위한 공식적인 미팅조차 없이 KDI 개편안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라고 반문했다. KDI 밴 수수료 개편안 수용과 별개로 일부 카드사가 개별적으로 수수료 협상에 나선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개편안이 확정되면 수수료 계약 주체가 바뀌는데 현대카드와 비씨카드 등이 밴사와 수수료 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밴 업계는 어떤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밴 수수료 정산체계 문제가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민간회사 간 협상에 대해 직접 관여는 힘들지만 밴 수수료 개편안이 나온 이상,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밴 수수료 개편문제는 장기적으로 가맹점 관리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는 문제와 직결된다”며 “가맹점 망은 카드사가 책임지고 관리해야할 핵심 인프라인데, 이를 방치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밴사도 대형 가맹점에 관례적으로 주던 리베이트와 전자서명 등 전표수거가 필요치 않은 것까지 전표수거비 항목으로 책정해 돈을 받고 있는 등 잘못된 관행을 깨기 위해서는 수수료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대카드 등이 수수료 정산 문제로 밴 대리점등과 갈등을 빚고 있는 양상에 대해서는 카드사들이 좀 더 협상에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밴 수수료 개편이 실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밴사와 카드사의 갈등을 봉합할 카드도 현재로선 없다. 이번에 발표되는 밴 시장 구조개선 방안 역시 입법 등의 방식으로 강제화되지 않는다. 엄연하게 따지면 밴사들이 개편안을 따를 의무가 없다. 카드사와 밴사간 수수료 공방은 보다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