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한양대 1위…IT와 융합 자율주행 수준 `쑥쑥`

“아! 멈추나요, 멈추나요, 조금 더, 조금 더, 아! 멈췄습니다.”

11일 오후 전남 영암 F1 경기장에서는 자동차가 `멈춰 서는데` 성공했다는 장내 아나운서 방송이 나오자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90㎝에 불과한 어린이 모형이 길가에 나타나자 길을 다 건널 때까지 차가 멈춰 기다렸기 때문이다. 차 안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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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영암에서 열린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 참가 차량이 출발선을 지나고 있다.

이날 열린 `2013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 본선에서 계명대 `비사` 팀은 참가팀 가운데 처음으로 보행자 미션을 성공시켜 큰 박수를 받았다. 어린이 모형을 인식하지 못하고 도로를 통과한 팀이 속출했지만 계명대는 기계과뿐 아니라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지능형자동차 등 IT 관련 학과가 힘을 합쳐 난관을 극복했다. 이번 대회는 전통적인 자동차 전문학과와 더불어 전기·전자 등 비자동차 학과가 대거 참가해 자율주행차 개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간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제1회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에서 한양대 `A1` 팀(지도교수 선우명호·허건수)이 우승을 거두면서 1억원의 상금을 차지했다. 또 서울대 `베이비 인 카` 팀과 계명대 비사 팀이 2위와 3위를 기록해 각각 5000만원과 3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는 격년으로 개최되는 현대차 자율주행차 대회를 2연패한 데 이어 이번 대회까지 석권하면서 명실상부한 국내 최강의 자동차 학과 지위를 굳혔다. 특히 A1 팀의 무인 자동차는 사람이 운전한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빠른 속도를 내면서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다.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도 자율주행차 대회 첫 참가에서 2위에 오르며 시선을 끌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자동차부품연구원, 한국자동차공학회가 주관한 이번 대회의 최대 수확은 자동차 대회에 정보기술(IT)를 포함한 비자동차 분야 연구자를 대거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주최 측은 레이저 스캐너 2개, 스테레오 카메라 1개, 모노 카메라 1개, GPS 1개로 사용 장비를 엄격히 제한해 IT 학과의 참여를 유도했다. 장비 성능보다는 수집된 센서 정보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SW) 알고리듬 설계 기술이 더욱 중요한 대회였다.

이를 반영하듯 10개 참가팀 가운데 한양대와 아주대, 한국기술교육대, 계명대를 제외한 6개 팀이 전기·전자 및 로봇학과를 주축으로 출전했다. 서울대 베이비 인 카 팀은 전기정보공학부 학생들이 주도해 첫 참가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계명대 팀도 IT 관련 학과의 도움이 컸다. 전문가들은 IT 분야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야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경쟁력이 더 빨리 확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는 “전기·전자 관련 학과의 참여가 늘고 있는 것은 전기·전자 기술이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 됐으며,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을 상징한다”면서 “센서 기술은 10년, SW 및 알고리듬 기술은 5년 이상 선진국에 뒤처진 상황에서 그나마 기술 격차가 적은 SW·알고리듬 분야로 접근할 때 자율주행차 기술경쟁력 확보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암=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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