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2013 전자정보통신산업대전`이 나흘간 일정으로 열렸다. 행사 기원은 4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자전람회`란 명칭으로 1969년 덕수궁에서 열렸다. 행사는 이후 많은 변화를 보였다.
이 가운데 산업계가 기억하는 행사가 하나 있다. 1975년 7회 행사다. 박근혜 대통령과 현장을 찾은 고 박정희 대통령은 금전등록기를 지켜본 후 “싼값에 대량 보급할 준비를 하라. 앞으로 계속 품질을 높여 수출로 이어지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정책으로 그대로 반영됐다. 전자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번 행사 개막식에 박근혜 대통령 참석이 추진됐다. 한 관계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일정만 겹치지 않았다면 참석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쉽다. 38년 만에 박 대통령의 행사장 방문이 이뤄졌다면 우리 전자산업에도 많은 변화가 기대됐기 때문이다. 세계를 호령하는 대기업 전시관을 둘러보며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을 것이다. 과거를 회상하며 전자산업을 더 키워야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하나 더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확연한 차이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룹 계열 대기업과 퀄컴·파나소닉 등 외국기업을 제외하고는 참여사 대부분이 영세하다. 아이디어도 좋고, 기술도 세계 시장에 내놓아 손색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막상 이들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팔릴까`라는 물음표가 따라왔다. 브랜드가 생소하고, 디자인이 떨어지고, 시장성도 의문인 제품이 많았다. 제 값에 팔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삼성〃LG 등 대기업을 뒤받쳐 줄 중견·강소 전자기업이 부족하다. 우리 전자산업에 거품이 껴 있다. 몇 개 대기업으로 인해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이 폐업 위기에 내몰려 있다. 심각한 양극화가 존재한다. 해법이 필요하다. 30여년 만에 현장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뜨거운 한마디`가 아쉬움으로 남는 전시회다.
김준배 전자산업부 차장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