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이슈]프린팅의 진화

“제너럴 일렉트릭, 제너럴 모터스, 제너릴 밀스와 같은 이름 가진 기업의 시대는 끝났다.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크릴새우와 같다. 영리하고 창의적인 사람들이 수억개의 작은 사업 기회를 발견하고 잡을 수 있다. 새롭고 거대한 산업혁명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크리스 앤더슨의 책 `메이커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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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터가 세상을 바꿀 날이 다가오고 있다. 기존 프린터와 차이점이라면 잉크 대신 빛을 이용해 액체플라스틱을 고체로 만들고 높이 조절용 모터가 달린 것 뿐이다. 바로 3차원(D) 프린터다. 3D프린팅이 세상 곳곳을 변화시킬 조짐이다. 가장 먼저 손을 뻗친 곳은 치기공 등 바이오 의료 분야다. 환자 맞춤형 틀니와 임플란트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환자 얼굴 모형과 치아 상태, 턱 구조 등을 의사가 살핀 후 치아를 디자인해 전문 3D프린터에 출력을 의뢰하면 그만이다. 최근 국내 치과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이 기기를 비치한 곳이 등장했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백정환 교수가 부비동암을 앓는 40세 여성과 46세 남성의 수술에 3D프린터 기술을 적용했다. 수술 후 부작용 중 하나인 얼굴과 눈의 함몰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한 것. 최근에는 나노와 의류, 항공분야 연구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3D프린팅은 의료 분야와 나노, 항공 분야 외에도 제조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란 전망이다.

◇소품종 소량생산 시대의 도래

무엇보다 3D프린팅이 주목을 받는 것은 맞춤형 소량 생산에 적합한 생산 방식이란 점이다. 공작기계나 대형 생산시설로 만들어진 대량생산에 비해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3D프린팅은 제조업의 생산방식을 바꿀 혁신적 요소로 꼽힌다. 지금도 3차원 스캐너를 이용해 모양을 뜨고 설계 SW를 프린터에 집어넣으면 플라스틱 컵이나 장난감 같은 작은 물품은 집에서 생산이 가능하다.

생산방식이 제조업을 바꿀 것이란 견해다. `메이커스`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이 이를 전파하는 대표주자다. 그는 3D프린터·3D스캐너 등이 결합해 대량생산체제의 제조업 시대에 혁명을 불러올 것으로 예견했다.

물론 3차원 물체를 만드는 일은 2차원 이미지를 출력하는 일보다 복잡하다. 지금까지 출시한 3차원 프린터는 플라스틱에 몇 가지 색깔만 입힐 수 있다. 아직 사출성형기로 만든 플라스틱 제품이 3차원 프린터로 만든 플라스틱 제품보다 마감 상태가 좋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3D프린터가 진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제 100만원 안팎 3D프린터와 스캐너를 찾을 수 있다. 또 중국에서는 매년 다양한 저가 3D프린터가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웹이 연결돼 복잡한 설계도를 공유하는 사이트도 쉽사리 찾을 수 있다. 누구나 원하는 상품을 입맛대로 만드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독특한 상품 제작 아이디어만 있으면 대량 생산은 아니지만 누구나 소규모 생산을 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는 셈이다.

그야말로 개방형 혁신 경제 시대다. 애플이나 구글이 제조시설을 갖추지 않고도 여러 부품을 소싱해 휴대폰을 만들고 TV를 만드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다만 양과 질에서 차이를 낼 뿐이다.

◇3D프린팅 시대는 아이디어가 좌우

전문가들은 3D프린팅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제조업을 주도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견했다. 유인오 메타트렌드 대표는 “정부에서 3D프린터를 거론하면서 하드웨어에 주목하고 있지만 이는 3D프린팅 경제의 10%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무엇을 만들어 공급하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결국 아이디어와 콘텐츠 문제다. 그는 “3D프린터 시대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쉽게 만드는 개방형 혁신경제를 의미한다”며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조업자가 될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량 생산체제의 기존 제조업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견해다. 지금은 치기공이나 소형 플라스틱 제품에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나아가서는 휴대폰이나 자동차 등 거대 제조업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국내 산업과 경제지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유 대표는 이어 “아직 국내는 3D프린팅 시대에 대비한 준비가 부족하다”며 “이와 관련해 저작권 법 제도를 점검하고 인재 양성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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