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100일 코넥스 활로 없나
“코넥스는 인기를 얻으면 많은 돈을 벌지만 그렇지 않으면 망하는 K팝 스타와 같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코넥스 시장 출범을 앞둔 지난 6월 27일 `21세기 금융비전포럼`에서 한 말이다. 코넥스는 `창조경제`라는 생태계 기반 조성을 위한 중요한 인프라 한 축으로 많은 기대를 안고 7월 1일 출범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을 꿈꾸는 중소기업에 인큐베이터가 되고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의 `금융동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출범 100일이 지나 받아든 성적표는 기대이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기대했던 K팝 스타는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부진한 거래를 보이며 자본시장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개장 첫 달인 지난 7월 4억3762만원 수준이었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2억2259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일평균 거래량 감소율은 심각하다. 일평균 거래량은 7월 말 7만1030주에서 8월 말 8만579주로 순항하는가 싶더니 9월 말엔 2만6878주로 67% 감소했다. 시가 총액은 4688억원으로 출발해 7월 말 4964억원, 8월 말 546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9월 말에는 5447억원으로 역행했다. 출범할 때 21개였던 상장기업도 3개 더 늘어나는 데 그쳤다.
거래소는 “현재 4개사가 상장 심사를 진행 중이고, 오는 11일 테라셈(전자부품), 엘피케이(산업용로봇)가 추가로 상장한다”며 “올해 안에는 예정했던 50개사 정도가 상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코넥스가 부진하면서 기대했던 중소·벤처의 자금줄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정부는 코넥스가 코스닥을 보완하는 시장으로 커주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코스닥 시장이 부진함에 따라 기술형, 성장형 기업 벤처자본 공급 기능이 저하되고 중소기업은 높은 상장요건 부담과 상장유지 비용 부담으로 자본 시장 접근성이 낮은 실정이다.
중소기업 자금 조달 경로는 은행자금이 83.3%, 정책자금 10.6% 수준으로 절대적이며, 기타 자본시장 자금 조달은 6% 미만 수준이다. 따라서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은행대출 편중 재무 구조의 불안정을 해소하고, 자본시장을 활용해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조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현실이 코넥스 시장을 탄생시킨 계기가 됐다.
그러나 코넥스의 부진으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코넥스 거래 부진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무관심한 데다 개인투자자는 높은 진입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현실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지난달 현재 외국인 주식이 코넥스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4%에 불과하다. 같은 달 기준으로 외국인 비중이 34.65%인 코스피는 물론 9.70%인 코스닥과 비교해도 턱없이 적다. 외국인은 지난 8월 1일 코넥스에 첫 거래를 틀 정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기관 투자자는 코넥스 거래금 중 비중이 30%대에 그쳐 기대에 못 미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은 물론 기관 투자자도 기업정보가 부족한 코넥스 시장을 아직 신뢰하지 못하는 편”이라며 “기업가치에 비해 코넥스 상장기업 주가는 저평가돼 있지만, 상장기업 중 아직 이렇다 할 실적을 낸 곳을 찾기 힘든 것도 거래 부진 원인”이라고 말했다.
거래금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비교적 활발하게 시장에 참여 중인 개인 투자자도 코넥스 시장에 참여하려면 예탁금으로 3억원을 맡겨야 하는 높은 진입 문턱에 막혀 거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적다는 점도 거래 부진을 초래했다. 코넥스 기업은 대주주와 벤처캐피털 지분비율이 높은데 주가 저평가를 이유로 적극적으로 물량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다 보니 코넥스 기업이 투자나 자금조달에서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책금융 집행 지연과 규제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는 연말로 갈수록 정책금융으로 조성된 코넥스 펀드가 활성화되면서 유동성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펀드 조성, 자금 집행 등이 늦어지면서 시장도 정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빈사 상태인 코넥스 시장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3억원인 개인 예탁금 기준을 1억원 정도로 낮춰 개인투자자를 유인해 거래에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예탁금 기준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개인투자자 참여를 늘려 거래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공시 부담 가중과 투자자 보호 등 문제도 따르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가 더 참여하면 상장사는 공시를 늘려야 하므로 부담은 가중되고, 코넥스에 상장하려는 기업도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세 특례제한법과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안을 처리해 벤처캐피털의 코넥스기업 투자 물꼬를 터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벤처캐피털이 코넥스 상장사에 투자할 때 법인세를 일부 면제,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은 벤처캐피털의 상장기업 투자가 20%로 제한돼 있는 것을 코넥스 기업은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장사다리펀드의 코넥스펀드 진입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코넥스펀드를 조성하면서 2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코넥스시장에 참여시킬 계획이었으나 아직 금액·운용 시기·운용 방식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코넥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 성공사례가 나타나야 한다. 거래소는 “초기시장에서 건전하게 성장해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성공사례를 만드는게 중요하다”며 “또 코넥스에서 자본조달을 해 성장하는 기업이 나온다면 시장 안착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성패 판단을 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개장 초기 상황에 따라서는 정규시장과 달리 뭔가 부족하고 불완전해 보일 수 있다”며 “코넥스 시장이 중소·벤처기업 생태계에서 가장 약한 연결고리인 `창업 이후 초기성장과 재투자를 위한 회수` 간극에 새싹을 돋게 하는 창조경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코넥스시장 거래실적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