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에 질량을 부여하는 `신의 입자`의 존재를 밝힌 과학자 2명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힉스 입자의 존재를 1964년 각각 예견한 공로로 프랑수아 앙글레르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 명예교수와 피터 힉스 영국 에든버러대 명예교수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8일 발표했다.
힉스 입자는 137억년 전 우주가 태어난 빅뱅 때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고 사라진 존재로 모든 물질의 근본이 된다고 칭해진다. 힉스 입자는 `표준 모형`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표준 모형은 우주 탄생을 설명하는 원리 중 하나로 우주 만물은 12개 소립자와 4개 매개입자로 구성된다는 이론이다. 소립자와 매개입자 등 힘이 결합해 세상 모든 물질을 구성한다는 의미다. 물질 단위인 원자나 원자 속 핵, 양성자도 같은 원리로 형성된다.
힉스 입자는 자연 그대로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일반적인 실험에서도 측정이 어렵다. 국제 연구진은 100억달러를 투자해 스위스 국경 지대에 27㎞ 길이의 거대 강입자가속기(LHC)를 구축했다. 입자를 충돌시켜 가상의 빅뱅 실험을 진행해 올해 초 힉스 입자의 존재를 밝혔다. 일본 도쿄대학과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 등 국제연구팀도 이달 힉스 입자 질량과 고립자 자전값 등을 분석해 힉스의 발견이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힉스 입자의 존재는 질량이 있는 모든 입자의 생성 원리를 알아냈다는 의미다. 우주 탄생의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인 표준모형이 완성된 것이다.
학계는 힉스 입자 존재를 증명한 것이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병원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는 “힉스입자의 존재를 확인해 인류는 태초 빅뱅이 일어나고 천억분의 1초 이후부터 우주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잉글랜드 뉴캐슬 태생의 힉스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에서 30여년 간 교수로 재직하고서 1996년부터는 명예교수로 활약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힉스 교수는 수상자로 확정된 뒤 “이번에 기초 과학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인 연구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올라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앙글레르는 1964년 로베르 브라우트 교수와 함께 힉스 입자 발견의 실마리를 여는 연구 성과를 얻었다. 앙글레르와 브라우트는 브뤼셀 자유대에서 힉스 입자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이론물리학 연구팀을 공동으로 이끌었지만 브라우트 교수는 지난 2011년 타계해 노벨상의 영예를 안지 못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