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자이너가 미국 정부의 인터넷 감시를 따돌릴 수 있는 알파벳 글자체(폰트)를 선보였다. 미 국가안보국(NSA)의 민간인 감시 사실이 드러나자 항의 의미로 폰트를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1일 CNN에 따르면 한국 디자이너인 문상현씨가 기계가 자동 인식할 수 없는 폰트 `ZXX`를 만들어 인터넷에 무상 배포했다고 보도했다.
문씨는 지난해 미국 예술 디자인 대학인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ISD)`을 졸업하면서 학위 작품으로 이 폰트를 발표했다. ZXX는 모두 4종으로 기존 알파벳에 위장색 무늬나 작은 점 등을 뿌려놓은 것이 특징이다. 눈으로 보면 아무 이상 없는 글씨지만 첩보 당국이 인터넷 문서 분석에 쓰는 문자인식기는 내용을 파악할 수 없어 무차별 정보수집을 막을 수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ZXX가 고급 암호체계처럼 효과적인 사생활 보호장치로 쓰이기엔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정부 인터넷 검열에 반대하는 상징적 `퍼포먼스`에 가깝다는 평이다. 존스홉킨스대 매튜 그린 컴퓨터과학 연구교수는 “이 폰트는 무작위로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A를 입력하면 매번 같은 모양이 나온다”며 “문자인식기가 이렇게 우습게 생긴 알파벳을 감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씨는 “ZXX 폰트는 디자인으로 시민행동을 촉구하려는 취지”라며 “사생활 보호 관련 법제 개혁 등의 논의를 이끌어 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폰트 개발은 문씨의 한국 군복무 시절 경험이 동기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에는 국가 안보나 국방 관련 표적 정보만 수집했을 뿐 민간인 감시를 하지 않았다”며 “그때 경험이 이번 작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