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후계구도 방향성은 잡혀...관심은 세부 후속작업

삼성 사업구조 개편·경영 승계 가속화

최근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인수합병으로 삼성의 경영권 후계 구도의 큰 틀은 잡혔다는 관측이 많다. 향후 관심은 후속 승계작업의 진행 속도와 세부 사업구조 개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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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의 지주회사 성격을 띠는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최근 에버랜드는 합병이 아닌 사업 양수를 통해 제일모직 패션부분을 가져오면서 지분 변화없이 덩치만 키웠다. 여기에다 이 부회장은 최대주주였던 삼성SNS와의 합병을 통해 삼성SDS의 지분 11.26%를 확보했다. 이 부회장 지분이 많은 비상장사의 규모가 커진 것이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자금력 확대를 의미한다.

에버랜드는 이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부회장까지 3인의 지분을 합하면 지분율이 전체의 41.84%에 달한다. 이것만으로도 3남매가 그룹의 지배력을 갖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에버랜드가 후계 구도의 지배력 강화 용도라면 삼성SDS 지분은 증여에 대비한 자금 동원창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영분석전문업체 한 대표는 “삼성 경영권 승계의 완성은 이 회장의 지분을 후대가 증여받는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 상장후 지분매각을 거치면 40%대에 달하는 증여세를 상당부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S는 이미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각각 25.58%, 17.08%의 지분을 갖고 있다. 3남매가 지분을 모두 팔아도 계열사를 통해 장악력을 유지하는 데 큰 부담이 없다.

삼성그룹의 핵심은 역시 삼성전자다. 총수 일가는 에버랜드를 통해 삼성생명(이건희 20.76%, 에버랜드 19.04%)을 관리하고 다시 삼성생명으로 삼성전자(삼성생명 7.21%, 이건희 3.38%)를 지배하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다시 여러 전자 계열사를 관리한다.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이지만 삼성생명에는 지분이 없다. 이 부회장이 향후 어떤 식(증여, 스와핑 등)으로든 삼성생명의 지분을 갖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별도 지주회사체제를 가동할지 여부에도 관심이다. 하지만 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만드는 데는 수십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별도 지주회사 설립보다는 계열분리가 먼저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을, 이부진 사장은 서비스 부문을, 이서현 부사장은 패션을 중심으로 자기 영역을 갖는 안이다.

기본적 방향은 나왔지만 계열 분리까지 고려하면 건설이나 화학 등의 지분 변화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재용 부회장 이외에 이부진, 이서현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영역에 대한 배분 작업은 아직까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의 행보에는 여러 걸림돌이 존재한다. 우선 재벌가의 경영권 승계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 또 현행 공정거래법상에서는 비금융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 에버랜드와 삼성생명과의 관계 정립에 고민이 필요하다. 또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지배 목적으로 보유할 수 없다. 이 역시 기존 지배력 유지를 위해서는 다양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공식적으로 지배구조와 관련한 언급이 없지만 최근 움직임만 봐도 어느정도의 방향성은 드러난 셈”이라며 “편법이나 우회적 수단이 아닌 정공법을 통한 가장 정형화된 경영권 승계 방식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의 연말 사장단, 임원 인사도 관심사다. 12월에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의 패션부문 인수와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작업이 마무리 된다. 이 즈음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가 예정돼 있다. 올해 인사에서는 후계구도와 맞물려 비즈니스에 주력하는 사업부문장보다는 재무책임자(CFO)나 전략담당자 등의 이동에 더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최근 삼성의 행보를 미뤄볼 때, 주요 인사의 내년 보직 기본 안도 이미 짜여져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12월 주요 인사들의 계열사별 이동을 보면 향후 삼성그룹의 사업영역 조정과 계열사별 승계작업의 구도가 보다 뚜렷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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