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한가위가 끝났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설과 다른 것은 있다. 아이들은 세뱃돈을 받느냐 안 받느냐로 구분할 수 있겠지만 차이는 밤하늘에 있다. 음력을 달력으로 썼던 조상은 밝은 보름달이 뜬 추석에 풍성한 수확을 축하했다. 추석은 음력 8월 15일, 설은 음력 1월 1일이다. 음력 15일을 전후로 보름달이 뜬다. 1일을 전후로 그믐이다.
밤하늘에 가장 크게 떠 있는 이 천체는 어디에서 왔을까. 우주의 기원처럼 달이 어떻게 탄생해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지 정확한 정보는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몇 가지 모델로 달의 탄생을 추측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달 형성에 대해 네 가지 모델이 있다. 과거 지구 속도가 빠를 때 일부 떨어져 나갔다는 `분열 모델(딸 모델)`, 지구가 생길 때 동시에 함께 형성됐다는 `동반형성모델(자매모델)` 등이 있지만 달의 암석 샘플이 지구와 다른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포획 모델은 달이 다른 장소에서 형성돼 떠돌다 지구 중력에 붙잡혀 위성이 됐다는 설이다. 그러나 포획하기에 너무 큰 천체라 지구 중력으로는 힘들다는 반론이 있다. 가장 타당성 있는 모델은 `충돌 모델`이다. 화성 질량의 2배 정도 되는 천체가 지구와 충돌했다. 이때 지구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 달이 됐다는 설이다. 달에는 지구와 달리 철과 같은 무거운 원소 함유량이 적다. 충돌 모델은 지구가 충돌이전 무거운 철 성분이 내부로 가라앉아 표면에 있던 달 부분이 철 함유량이 적다는 것을 설명한다. 충돌 때 발생한 열로 지구 지각 휘발성 물질이 증발해 달에 휘발성 물질이 적다는 것도 설명할 수 있다.
#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일본이 본 보름달 속에는 토끼가 있다.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 모습은 어릴 때부터 동화와 동요를 통해 익숙해졌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달 속에서 여인의 옆 모습, 책이나 거울을 들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봤다. 한쪽 집게발을 치켜든 거대한 게의 형상을 달 속에서 찾기도 했다. 페루 사람들은 큰 두꺼비가 달 속에 있다고 믿었다.
사람이 보는 달 모양은 표면에 남겨진 흔적(크레이터)이나 현무암질 지대 때문에 검게 보인다. 지구는 대기가 감싸 운석이 지구를 향해도 대부분 불타 소멸한다. 달은 대기가 없어 운석이 그대로 달 표면에 충돌하고 깊게 패인 부분이 크레이터로 남는다. 현무암 지대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달을 보았을 때 이 부분이 고요한 바다로 느껴져 그때부터 바다로 칭했다. 달 표면에는 감로주의 바다, 거품의 바다, 고요의 바다, 비의 바다, 스미스의 바다, 지혜의 바다 등 20여개 바다 이름이 붙어져 있지만 실제 바닷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 달을 보면 언제나 같은 모양이다. 달의 공전 주기와 자전주기가 같아서 지구에서는 한쪽면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59년 루나 3호가 달 표면을 촬영하기 전까지 인류는 항상 같은 달의 모습만 봤다. 달의 공전과 자전 주기는 약 28일(27.3일)이다. 여성의 월경 주기와 비슷하다. 실제 포유류 중 생리 주기가 달의 주기와 가까운 것은 동물과 미국 주머니쥐 뿐이라고 한다. 달의 변화에 따라 사람이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정설의 근거가 됐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따르면, 과거 월터 매니커 뉴욕대 박사는 뉴욕시민 50만명 출생 기록을 분석해 보름달 전날부터 출생률이 증가해 보름달이 뜰 때 최고치, 그 다음날부터 급격히 떨어진다는 통계를 내놓았다. 서양인 사이에는 보름달에 신생아들이 많이 태어난다고 믿고 있다. 여성 생리 기간 중 이상 충동을 일으켜 절도 등 행위를 일으키는 것도 달과 관련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논문에는 보름달과 정신적 이상 행위가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쥬네비에브 벨르빌 캐나다 라발 대학 교수팀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의학적 원인 없이 갑작스레 응급실을 찾은 771명 환자의 심리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환자 중 상당수가 공황장애나 불안감, 기분장애, 자살 충동을 겪고 있었지만, 달 주기와 연관성을 찾았을 때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보름달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확히 분석할 수 없지만, 독립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서로 관련있다고 생각하는 뇌의 경향(환상적 상관관계)이라는 평가도 있다. 우연한 정신 이상이 보름달이 뜬 날 발생하면 다른 원인들은 잊어버리고 보름달을 기억한다는 개념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