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0만원과 1368cc, 102마력, 12.4㎞/ℓ. 그다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엔 3000만원쯤 하는 차는 못해도 2.0에 100마력 후반대 파워, 10㎞/ℓ 중후반대 연비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있을 것 같다. 거기다 넓은 실내와 넉넉한 트렁크까지 바랄 게 틀림없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런 숫자들에 집착하기보다 자신의 감성에 맞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줄 수 있는 차면 오케이(OK) 사인을 내기도 한다. 피아트 친퀘첸토(500)는 후자에 더욱 적합한 그런 차다.
1975년 단종된 이후 32년만인 2007년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돌아온 피아트 500 시리즈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간 세계에서 누적생산 100만대를 기록할 정도로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500 팝과 500 라운지, 500 C가 지난 2월부터 판매되고 있다. 기자가 시승한 차는 500 라운지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피아트 500의 최대 장점은 `이탈리아 국민차`로서의 명성을 확인시켜주는 뛰어난 디자인에 있다. 보고 있으면 피렌체의 어느 고성당이 떠오르고, 세워두면 그대로 예술작품이 되어버리는 그런 디자인 말이다. 지인이 운영하는 카페 앞에 500 라운지를 잠시 세워두었더니 주인은 그렇게 카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며 좋아했었다. 각각 10가지 외장, 내장, 시트 컬러를 조합할 수 있다고 하니 자신만의 감성을 드러내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차가 있을까 싶다.
인테리어는 귀여운 외모를 그대로 이어받아 아기자기하고 동글동글한 맛이 있다. 감각적인 색감은 여전하다. 계기판과 센터페이서 조작버튼이 심플하고 직관적이어서 보는 것과 조작하는 것 모두 매우 편하다. 변속레버가 운전대 옆 센터페이서 중앙 쪽에 위치해 조작이 쉬운 데다 여유 공간까지 만들어준다. 널찍한 썬루프가 하늘을 한껏 열어 보여준다. 센터콘솔에 수납공간이 거의 없고 윈도버튼이 차문이 아닌 센터페이서에 있어 직관적이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시동을 걸면 무척 시끄럽다. 엔진 소리가 아니라 안전벨트 경고음이다. 다른 차는 출발하고 나서 한참 후에 경고음이 들리는데, 500 라운지는 출발 전에 그야말로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안 맬 수가 없다. 7개의 에어백 등 35가지 이상의 안전사양과 함께 피아트가 고객 안전을 위해 준비한 장치다. 참고로 차 문을 열 때 주의할 필요가 있는데, 생각보다 길어서 옆 차에 닿는 수가 있다.
500 라운지에는 맨 처음 언급했듯이 1.4리터짜리 엔진이 얹혀 있다. 최고출력은 102마력, 최대토크는 12.8㎏·m이다. 고추장처럼 매운 주행성능을 뽐내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피아트 측은 이 차를 통근이나 쇼핑 등에 이용하는 도심용 차량으로 소개하고 있다. 당초 목적이 고성능을 내는 데 있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달려보면 제법 우렁찬 엔진음을 내며 80~100㎞/h대에서 치고 올라가는 맛이 있다. 시속 140㎞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간다. 코너에서는 조금 밀린다는 느낌이었다.
500 라운지는 길이가 3.5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복잡한 시내나 골목에서도 마음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도 268리터로 일상생활에는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