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선택 요금제` 조항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이동통신사가 매출 하락과 일부 소비자의 휴대폰 편법 구매를 우려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 중이기 때문이다.
통신사 고위관계자는 22일 “선택 요금제가 시행되면 자급제 단말기 가입자 등 `보조금 비수요자`에게도 보조금에 상응하는 할인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또 보조금을 받고 타 통신사로 이동해 요금 할인까지 받는 `이중 할인` 대응 장치도 만들어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선택 요금제는 `서비스 가입 시 이용자 차별 해소`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서 신설한 제도다. 이동통신 가입 방식을 통신사에서 단말기를 구입하는 가입자에게 일정 금액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현행 방식인 `단말기 할인 코스`와, 자급 휴대폰 단말기 이용자 등 서비스 단독 가입자에게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지원하는 `요금 할인 코스` 둘로 나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통신사의 우려는 보조금과 달리 요금할인은 그대로 통신사의 매출 하락으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보조금은 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으로 계산돼 단말기 매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90만원짜리 단말기를 80만원에 팔아도, 매출은 90만원 그대로 반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요금할인은 그대로 매출 하락으로 직결된다. 요금 할인액이 마케팅 비용으로 잡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요금할인 코스를 선택하는 가입자가 늘수록 통신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도 덩달아 추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통신사는 보조금과 요금할인 규모가 똑같이 정해지는 것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보조금과 요금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일대일 수준의 할인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요금할인 코스를 강제하려면 통신사의 매출 하락을 고려한 합리적인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는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 수준을 고시로 정하게끔 돼 있다.
통신업계는 또 보조금과 요금할인 혜택을 둘 다 제공받으려는 편법 소비행위에 대한 방어 장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A통신사에서 `단말기 할인 코스`를 선택해 보조금을 제공받은 소비자가 조기에 계약을 해지하고 해당 단말기로 B통신사에 가입하며 `요금 할인 코스`를 통해 할인된 요금을 제공받는 식이다.
이중 할인 가입자가 늘어나면 마케팅비 지출 상승과 매출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게 된다는 우려다. 통신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러한 이중 할인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법규상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