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회사 차렸는데 갑자기 군대가면…"대책 절실

주요 청년 스타트업 대표가 연내 군 입대를 앞두면서 업계 시름이 깊어졌다. 정부가 대학생 창업을 독려하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군대` 문제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해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벤처 창업자의 병역기피 문제가 사회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관련 법안을 엄격하게 변경했지만 다시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A사, C사, W사 등 3년차 스타트업 대표 입대 문제가 화두다. 회사 기반이 탄탄한 곳이라면 대표직을 이양해서 계속 사업을 이어갈 순 있지만 대표 역량에 좌우되는 스타트업 특성상 폐업의 기로에 놓일 수 밖에 없다. 대표 역시 직함을 내놓고 병역특례로 업계에 계속 몸 담을 수 있지만 다시 창업하려면 몇 배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일례로 2005년 창업한 소프트웨어 기술 기반 R업체는 일본 지사까지 낼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0년 공동 창업자였던 KAIST 학생 5명이 입대하게 되면서 문을 닫았다. 병역특례였지만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한다. 창업자 중 한 명은 “회사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해외 진출을 꾀하였지만 갑작스런 입대 결정으로 인해 해체됐다”며 “계속 사업을 했으면 몇 천억대 매출도 가능했다”고 회상했다. 이들 중 3명은 재창업을 준비 중이지만 예전같은 기반을 닦으려면 시간과 노력이 배는 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한국이 군대라는 특수 문화에 대한 엄격한 사회적 잣대가 있는데다 이스라엘처럼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입대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벤치마킹을 할 국가도 없다. 이스라엘에서는 수학과 공학, 컴퓨터에 능한 최고 인재들이 간다는 8200부대 등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는 철저히 오프라인 전쟁 보안 위주다. 댄 셰흐트만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교수는 지난 8월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 모병제는 IT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이스라엘 군대와 근본적으로 달라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스타트업 대표나 임원은 병역 특례를 겸할 수 없다. 지난 2000년대 중반 병역특례 연구원 근태에 대한 감사가 시작되면서 관련 법안이 엄격하게 변경됐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 청년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만큼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다. 더불어 병역특례 지정업체를 늘려달라는 의견도 나온다. 구인난에 늘 시달리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게 병특 업체 지정은 자격 요건을 맞추기가 결코 쉽지 않은데다 1년 단위로 갱신을 해야해 기준이 까다롭다.

지난해 이음, 조이, 소셜네트워크, 선데이토즈, 엔시온, 엔소울즈 등 6개 업체가 병역특례 지정업체로 선정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병특 업체로 선정되면 우수 인력을 쉽게 채용할 수 있어 올해 준비하는 업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병특지정 업체가 늘어난다면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