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도시는 책이란 문화 원형콘텐츠를 만드는 공간입니다. 1960년대부터 기획된 제조업 중심 산업단지와 달리 지식정보산업 클러스터입니다. 그래서 기존 단지와 차별화가 필요했습니다.”
김언호 파주북시티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은 파주출판도시를 `콘텐츠 지식 산업도시`로 표현했다. 기존 제조업 중심 산업단지와 달리 사람의 창조적 아이디어가 모인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람이 살만한 공간, 자연과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도시를 지향했다.
기반공사 때부터 도로와 다리는 물론이고 나무 한 그루 건물 하나, 간판 하나에도 공을 들였다. 건물이 지어진 뒤에는 다양한 문화공연을 유치했고 유휴공간을 활용해 책방거리도 조성했다. 설립 초기에는 오히려 틀에 박힌 공무원의 정책에 부딪혔지만 이제는 공무원도 산업단지의 모델을 모색하려 찾는 도시가 됐다고 김 이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파주출판도시가 지식첨단산업단지로 변하는 다른 산업단지에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산업단지는 생산성과 효율을 강조하다보니 사람이 일만 하는 공간이 됐습니다. 하지만 21세기가 되자 산업지도가 바뀌고 인구가 고령화됐습니다. 문화 환경에 익숙한 젊은이가 공단을 찾지 않습니다.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산업단지가 제자리에 머문 결과입니다.”
그는 “그런 점에서 다른 산업단지도 이제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와 예술이 공존해야 사람이 모이고 연구가 이뤄지고 지속적 발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젊은 세대가 책을 읽지 않는 아쉬움을 미래사회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정신의 토대인 인문학이 후퇴하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 역시 지난 1976년 한길사를 창업한 이래 6000여권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 대표로서 최근 인문학의 후퇴는 출판 산업에 닥친 문제이자 한국 사회가 안은 `어둠`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젊은이가 책을 읽지 않으면서 깊은 사색이 사라지고 단편적 정보에만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는 한국 사회 발전의 장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파주출판도시가 인문학 대학 캠퍼스이자 여러 담론이 생산되는 공간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단순히 출판인쇄 산업 공간이 아닌 인문학 강좌가 음악회와 낭독회가 함께 공존하고 넘쳐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파주출판도시에서 강사 100명이 1000분 동안 인문학 강좌를 여는 기회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100개 서점과 책 100만권이 꽂힌 도서관을 만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앞으로는 파주에서만 개최되는 북 소리 축제를 전국 도시로 확대한다는 포부도 내놨다.
김 이사장은 파주출판도시가 책을 만드는 공간이자 인문학 도시로 발전하려면 산단 관련 법안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규정으로는 젊은이가 산업을 연구하고, 쉬면서 논의하는 카페나 음식점조차 자유롭게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프랑스 실존주의 담론도 카페에서 비롯됐다”며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파주출판도시와 산업단지의 숙제”라고 밝혔다.
파주=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