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3-창조, 기업에서 배운다]스마트폰 혁명에 무너진 노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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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불타는 플랫폼 위에 서있다.”

지난 2011년 스티븐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이다. 그는 `불타는 플랫폼`이란 제목의 메일에서 “북해의 석유 시추 플랫폼에서 일하던 한 남자가 어느 날 깨어나 플랫폼이 불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불길과 연기에 휩싸였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대서양 얼음 바다로 뛰어들었듯 우리도 얼음 바다로 뛰어드는 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키아의 절박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CEO의 호소다.

[창간 31주년 특집3-창조, 기업에서 배운다]스마트폰 혁명에 무너진 노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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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휴대폰 기업으로 군림했던 노키아가 스마트폰 혁명에 뒤처지며 끝없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결국 노키아는 지난 3일 72억달러(약 7조8900억원)라는 헐값에 휴대폰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에 팔았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산 금액의 절반 수준이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금액은 124억달러(약 13조6000억원)이었다. 한 때 세계 1위 휴대폰 기업 가치치고는 초라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년 1분기까지 인수 작업을 마치고 노키아 주주와 규제 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를 실질적으로 넘겨받는데 50억달러를, 노키아 특허 사용료로 22억달러를 낸다.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에 특허를 10년 간 비독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상실시권을 준다.

◇잘 나갔던 노키아

1865년 설립된 노키아는 1998년 모토로라를 제치고 휴대폰 시장 1위에 올랐다. 모토로라는 1983년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개발한 후 15년간 독주를 달렸지만 노키아에 1위를 빼앗겼다. 당시 노키아는 미래를 위한 과감한 연구개발(R&D)로 모토로라를 뛰어넘었다. 모토로라가 당장 매출이 높은 아날로그 휴대폰을 버리지 못할 때 노키아는 디지털 휴대폰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노키아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1999년 매출 198억유로(약 29조 6000억원) 기록한 노키아는 2006년 400억유로(약 59조8000억원), 2007년 500억유로(약 74조 8000억원)를 돌파했다. 노키아는 2002년부터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30% 이상 점유하며 2007년에 38.9%를 기록했다. 노키아는 당시 휴대폰 평균판매가격을 빅5 기업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압도적인 1위를 달렸다.

◇부진의 늪에 빠지다

잘 나가던 노키아는 2009년을 정점으로 성장세가 꺾였다. 2008년까지 세계에서 1억대가 넘는 휴대폰을 팔며 40%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2009년부터 스마트폰 대응에 뒤처지며 점유율이 20%대로 급락했다. 애플과 블랙베리 등이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2년 만에 점유율을 20%나 잃었다.

2011년 2분기 노키아는 15년 만에 휴대폰 사업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매출은 92억7000만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 악화가 실적에 반영됐다. 2011년 2분기 애플은 2040만대, 삼성전자는 1900만대 스마트폰을 팔았는데 노키아는 1670만대로 3위로 떨어졌다.

실적 저조는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2007년 5월 노키아 시가총액은 1073억5000만달러에 달했는데 2011년 5월 262억9000만달러로 4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2012년 결국 노키아는 휴대폰 1위 왕좌를 삼성전자에 물려줬다. 14년간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던 노키아 점유율은 21%로 떨어졌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25%에 달했다. 그나마 노키아는 피처폰 선전에 힘입어 2위를 지켰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선 기타 기업으로 분류되기에 이르렀다. 노키아는 올해는 안방인 핀란드에서 마저 삼성전자에 밀렸다.

◇노키아 휴대폰 역사 속으로

2011년 2월 노키아는 자체 플랫폼 심비안을 버리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았다. 노키아는 `윈도폰`에 올인했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가 양분한 시장에 윈도 플랫폼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판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노키아는 그해 4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폰`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2012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모바일 운용체계 윈도폰8을 쓴 루미아 시리즈를 내놨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안드로이드를 쓴 삼성전자 스마트폰이나 애플 아이폰을 능가할 결정적 한방이 없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요소 중 하나인 앱 생태계도 취약했다. 양에서 뒤지는 것은 물론이고 구글 플레이와 앱스토어서 인기를 얻은 앱을 윈도 마켓에서 찾을 수 없었다.

노키아가 믿었던 구원투수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자체 플랫폼 심비안을 버리고 독자생존을 모색했지만 실패했다. 이제 노키아 휴대폰 사업은 마이크로소프트로 넘어갔다. 노키아는 이제 네트워크 사업과 지도 솔루션 `히어(HERE)` 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 조직만 남았다.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하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IDC가 집계한 2013년 2분기 스마트폰 운용체계별 2분기 출하량에 따르면 윈도폰 점유율은 3.7%에 그쳤다. 안드로이드는 79.3%, iOS는 13.2%로 윈도폰과 격차가 크다. 올 2분기 노키아 스마트폰 판매는 740만대로 삼성전자 7240만대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글로벌 휴대폰 시장 점유율(단위:%)

자료:SA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