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대표 MLCC, 경쟁 심화에 가격 '뚝뚝'

고부가가치 전자 부품으로 꼽히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가격이 하반기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프리미엄 모바일기기용이나 TV용 제품 시황이 침체를 겪는데다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MLCC 가격은 올해 초 대비 20% 가까이 떨어졌다. 제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저가형은 0.6원까지 하락했다. 주력 제품인 0402(0.4㎜×0.2㎜) 모델은 평균 3원에서 1원대로 낮아졌다.

MLCC는 반도체 같은 능동부품이 전자제품 안에서 적절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수동 부품이다. 전자 신호를 적재적소에 보내주고 균일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한다. 스마트폰 하나에 400~600개 가량 쓰인다. IT기기가 고성능화, 다기능화할수록 수요가 늘어난다.

대부분 업체가 97~98% 이상 수율을 보이고 있고 설비 투자 감가상각이 빨라 대규모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이룰수록 매출액과 수익률이 올라간다.

이 때문에 유망 분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엔 가격 하락으로 인해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이 예상보다 줄면서 업계 재고가 늘어난 탓이다. 소요량이 많은 TV나 기타 전자제품 시장도 성장률이 더디다.

업계 경쟁이 심화된 것도 가격 하락을 부채질 했다. 삼성전기는 일본 무라타를 제치고 업계 점유율 1위를 달성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해 MLCC 생산능력을 대폭 늘렸다. 수요는 예상치를 밑도는 가운데 업계 공급량만 꾸준히 늘어난 셈이 됐다.

가격 하락 여파는 다양한 방향으로 번졌다. 삼성전기와 무라타가 규모의 경제로 판가 하락을 주도하자 기존 MLCC업체들은 견디지 못하고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TDK, 타이요유덴 등 일본 업체들과 국내 삼화콘덴서 등은 자동차, 의료기기, 백색가전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된 지금은 1·2위 회사인 무라타와 삼성전기마저 재고율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넘보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나 영상디지털사업부 위주로 판매하던 삼성전기 역시 중국 저가형 스마트폰·가전제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이 대폭 낮아졌다”라며 “중소·중견 MLCC 업체들의 수익률 하락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거꾸로 수혜를 입는 곳도 있다. MLCC 원료인 BT(Barium Titanate) 파우더 최대 공급사인 삼성정밀화학은 소재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매출액과 수익률이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MLCC 판가가 낮아지더라도 톤당 공급 가격에 영향이 많지 않고, 물량이 늘어 3분기 실적이 호전됐다”고 전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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