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낙하산' 놀이터 된 금융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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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금융공사가 수년간 업무와 상관 없는 한국은행 출신 고위 인사를 부사장으로 앉혀 논란이 일고 있다. 2004년부터 10여년간 태응렬 전 부사장을 제외하고 한은 부총재보 출신이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자리를 꿰찼다. 내부에서까지 실력 보다는 `옥상옥` 한은 출신을 영입해 구색맞추기식 인사 아니냐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를 비롯 은행연합회, 금융연수원, 서울외국환중개 등이 직군과 전혀 상관 없는 한은 출신 고위직 인사를 대상으로 `보신 인사`를 단행했다. 심지어 아예 한은 출신 자리를 지정해 수년간 낙하산 형태로 이어오는 곳도 있다.

최근 고위 공직자의 전관예우가 축소되면서, 다른 기관으로 보신 인사를 하는 사례는 감소했다. 하지만 금융권 `옥상옥`으로 불리는 한국은행만은 예외다. 업계 최고 연봉 수준을 받으면서도 비교적 한직인 주택금융공사와 금융연수원 등 얼굴 마담으로 `한은 출신`이 부상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최창호(현 국민은행 사외이사), 박재환(현 국민은행 사외이사), 김재천(현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등 10년여에 걸쳐 한은 부총재보 출신을 부사장으로 앉혔다. 공사 업무 특성 보다는 주로 외부 인적 네트워크가 있는 인물로 부사장 자리를 채웠다. 한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자리는 한은의 낙하산 인사가 대부분”이라며 “고액 연봉에 일도 별로 없어 다른 공기관보다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는 9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세 명의 상무 자리를 놓고 이미 한은출신 한명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수익은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협회 상무직까지 한은 출신이 수년간 낙하산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9월 임기가 만료되는 상무 자리도 한은 출신”이라며 “선배의 자리를 한은 출신이 또 이어받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금융연수원도 한국은행 임원의 재취업 단골이다.

김윤환, 정방우, 김형문 전 연수원장도 모두 한은 부총재와 한은 경제연구소 부소장 출신이다. 금융연수원은 관례상 한은 부총재보 출신이 꿰찬 자리였으나 현 정부 들어 최초로 그 공식이 깨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연수원 또한 한은 인사를 수년간 이어왔다”며 “최근 한은 출신들이 갈 자리가 줄면서 상무 등 공기관 임원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까지 낙하산 재취업이 만연하자, 기재부 모피아 못지 않은 쌍두마차라며 비아냥까지 흘러나온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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