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포럼코리아 2013]`총성없는 표준전쟁`…우리나라 ICT 표준 질적 성장 필요하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보유 특허 수준 및 시장 지배력

1970년대, VTR의 재생 방식을 둘러싸고 소니와 마쓰시타의 10년에 걸친 뜨거운 전쟁이 벌어졌다. 용량이나 화면 선명도 모두 소니의 `베타` 방식이 우위였다. 하지만 마쓰시타가 기술공개 등을 통한 호환성 확보 전략을 구사하면서 세계 표준은 마쓰시타의 VHS 방식이 차지했다. 덕분에 마쓰시타는 연 2조원 이상의 로열티 수입을 벌어들였지만, 베타 방식은 VHS 시장에서 퇴출됐다.

국제 산업계의 표준 선점 경쟁은 `총성없는 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치열하다. 표준 기술을 선점하면 그 분야의 기준을 동종 기업 모두가 따라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소니와 마쓰시타의 사례처럼 우수한 기술이라도 표준 전쟁에서 밀릴 경우 시장에서 사라져버리기 쉽다.

◇한국 ICT 표준, 질적 도약 필요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표준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ICT포럼코리아 2013`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오상진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기술과장은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인 면에서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통신분야 국제표준 작업 그룹인 `ITU-T`의 우리나라 기고서 순위는 중국에 이어 2위다. 국제의장단 의석 수 역시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표준특허 보유도 미국과 일본, 핀란드, 프랑스, 독일에 이어 6위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보유 표준 특허의 수준과 시장 지배력은 다르다. 우리보다 표준특허 건수가 적은 스웨덴과 네덜란드는 우리나라보다 특허의 질적 수준 지표인 피인용지수와 시장확보지수가 모두 압도적으로 높다.

오 과장은 “ICT융합시대에는 R&D와 표준 간 연계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 추세”라며 “국제 표준이 세계 시장 선점의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면서 `기획→R&D→표준개발→표준인증·확산`의 사이클이 일반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범국가 차원의 표준화 추진에 따라 국제 무대에서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며 “새로운 시장과 고용,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하고 신규 ICT융복합 서비스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표준화가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미래부는 표준에 대한 △`관점`을 기술 중심에서 시장중심으로 △`이해`를 단편적에서 종합적으로 △`접근 방식`을 상향식에서 상·하향식으로 △`관계`를 독립적에서 통합과 연계로 △`성과`를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참여`를 공식에서 `사실+공식`으로 새로운 정책 접근 방식을 구사할 계획이다.

또 △지식재산가치를 늘리는 표준화 △기업을 도와주는 표준화 △국민이 행복해지는 표준화 등의 정책 방향을 새로 설정했다. 오 과장은 “과학기술과 ICT가 창조경제의 비타민이듯, 표준은 과학기술과 ICT의 비타민”이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이동통신관련 SDN/NFV 및 슈퍼셀 기술 확보 시급

최진성 SK텔레콤 ICT기술원장은 급변하는 환경에 따른 시장의 새로운 기술표준 관련 요구사항과, 이에 따른 SK텔레콤의 대응을 소개했다. 최 원장은 “서비스와 데이터의 폭증은 이를 수용하고 감내할 수 있는 통신망의 재구조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선 컴퓨터와 휴대폰이 합쳐져 스마트폰이 됐듯, 통신인프라 측면에서도 서버 네트워크와 모바일 네트워크가 융합된 유연하고 시의적절한 재설계가 가능한 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 기술이 요즘 통신업계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다. 최 원장은 “SDN은 좁게 해석하면 네트워크 장비의 컨트롤 플레인과 데이터 플레인을 분리해 둘 사이의 오픈 인터페이스·스탠다드화를 통해 망을 개방하자는 것이지만, 넓게 해석하면 그 안에 새로운 `엔드투엔드(End-to-End)` 강화와 클라우드를 총망라해 IT 컴퓨팅 기술을 접목해 유연화·민첩화·프로그래머빌리티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내년부터 상용화를 시작하는 SK텔레콤의 차별화된 스몰셀(Small Cell) 전략인 `슈퍼셀`도 소개했다. 슈퍼셀은 △Smart(네트워크 스마트화를 통한 용량 증대) △Unified(관리형 서비스) △Performance Optimized(성능 고도화) △Energy Efficient(에너지 효율화) △Reconfiguable(유연화) 등으로 요약되는 스몰셀 고도화 전략으로, Ecosystem의 성숙도와 표준화 완료 시점에 따라 SUPER Cell 1.0, 2.0, 3.0으로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는 SUPER Cell 1.0의 핵심기술로, 스몰셀 환경에서 품질 열화 주요 원인인 핸드오버를 제거할 수 있는 Handover-Free Cell(HFC)의 내부 데모 결과를 포함한 개발 진행 현황을 소개했다.

한편 올해 13회를 맞이한 `ICT포럼 코리아`는 3일까지 이틀간 △이동·무선통신 △차세대방송 △지능형서비스 △스마트컴퓨팅·네트워크 △ICT융합 △융합콘텐츠 등 6개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국내외 최신기술과 표준화 정보가 발표된다. 이근협 정보통신기술협회(TTA) 회장은 “올해 선정된 34개 ICT 표준화 전략포럼과 유기적 연계를 통해 산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국내 기술의 성공적 국제표준화를 유도해 ICT 표준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아낌없는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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