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관이 SW 불공정 관행 앞장서다니

`소프트웨어(SW) 제 값 받기`는 SW 업계 지상 과제다. SW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SW 개발자 처우를 개선하는 핵심 사안이다. SW 업계가 모인 포럼이나 간담회 자리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부터 SW를 제 값 주고 구입해야 SW 가격 체계가 정상화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정부도 SW 제 값 받기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생겼다. 저가 수주 예방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SW 등 지식기반 사업을 발주할 때 적용하기로 한 `협상에 의한 계약 체결`이 오히려 SW 산업 발전을 막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한국SW산업협회가 공공사업을 수행하는 111개 SW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전체의 60%가 협상 과정에서 할인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충격적인 것은 상대가 공공기관이고 이 가운데 45%가 10% 이상의 할인 요구를 받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정부나 공공기관은 입찰자의 기술과 가격을 평가해 적격자를 선정한 후 협상을 거쳐 요구사항을 확정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협상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불공정 계약을 요구한다. 결국 계약 시점 사업금액은 발주 당시 보다 축소된다. 제안요청서(RFP)에 제시되지 않은 과업을 추가로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해 인력이나 사업 운영이 쉽지 않다.

SW 업체가 불공정 협상으로 제 값을 받지 못하면 사업 품질 악화는 물론이고 기업 영세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은 SW 가격을 후려쳐서 국민의 세금인 예산을 아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부실한 품질로 인한 부작용을 생각하면 오히려 혈세를 낭비하는 셈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가격부터 깎거나 다른 특정 사업자와 거래를 강요하는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 또 무료로 굳어진 협상 중 과업 변경이나 추가 인력 요구도 적정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SW 업계 엔지니어는 단순노동자가 아니라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개발자임을 인정해야 한다.

SW 업계 역시 사업 수주를 위한 출혈 경쟁을 자제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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