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SW 산업발전 가로막는 `불공정 협상`

SW산업발전 가로막는 불공정 협상

정부는 저가 수주 예방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소프트웨어(SW)와 같은 지식기반 사업을 발주할 경우 `협상에 의한 계약 체결`을 우선 적용하도록 했다. 가격보다 기술 중심으로 평가·선정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공공기관은 SW 관련 사업 추진시 입찰자의 기술과 가격을 평가해 적격자를 선정한 후 협상을 거쳐 요구사항을 확정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SW산업협회가 SW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협상에 의한 계약 과정에 문제가 많아 오히려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협상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불공정 계약을 요구받고 있어 SW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다. 업체들은 우리나라가 SW 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무엇보다 공정한 협상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슈분석]SW 산업발전 가로막는 `불공정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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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SW 산업발전 가로막는 `불공정 협상`

◇가격 깎고, 과업 추가하고…불공정 `만연`

협상 과정에서 SW 기업들이 가장 빈번하게 겪는 문제가 `부당한 가격 삭감`이다. 가격 협상 과정에서 후순위 업체 가격을 근거로 혹은 타당한 사유 없이 부당하게 가격을 깎아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SW산업협회가 공공사업을 수행하는 111개 SW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협상 과정에서 할인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업자는 전체의 약 60%(62개사)였다. 이들 중 35.5%(22개사)가 5~10%의 할인을, 45%(28개사)가 10% 이상 할인을 요구받았다. 나머지는 5% 이내 할인을 요구받았다.

사업금액이 최초 발주 예산액부터 계약에 이를 때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도 문제다. 2011년 기준 전체 공공정보화 사업의 계약금액은 발주예산액 대비 74.1% 수준이다. SW 기술자 임금도 표준 노임단가보다 22% 낮게 적용되고 있다.

과업을 추가하면서 가격 조정을 거부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제안요청서(RFP)에 제시되지 않은 과업을 추가하거나 협상 중 과업을 변경하면서 가격은 조정하지 않는 것이다. 48.4%의 SW 기업이 협상 중 과업 추가·변경을 요구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과업추가에 따른 추가 대가 지불에 대해서는 사업자의 59%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당사업과 관련 없는 과업(PC 지원 요청 등) 추가에 따른 가격 조정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특정 업체와의 거래를 강요하는 등 발주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례도 있다.

SW 업계 한 관계자는 “RFP에 제시된 범위를 넘는 인력 투입을 요청하거나 유상 유지보수를 무상 하자보수로 처리하는 일도 빈번하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장비나 SW를 변경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해결책은 `법·제도 개선`

업계는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불공정 관행이 만연한 만큼 구속력 없는 대책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는 평가다.

SW산업협회가 업계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개선책을 제시했다. 업계는 지방자치단체 예규를 개정해 협상에 의한 계약 체결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부처 사업은 과도한 요구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지자체 사업은 여전히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계약예규에는 `제안내용에 가감이 없는 경우 가격을 조정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이 있지만 지자체 계약예규에는 관련 내용이 없어 단서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협상시 합리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주체를 마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정부는 법으로 `SW 사업 과업변경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했지만 역할에 한계가 있다. 업계는 위원회 심의대상을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 공정성 여부 영역까지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상에 의한 제안 내용 가감이나 가격 증감이 있을 경우 위원회가 적절성을 심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협상 후 가격 조정 결과 공개 △불공정 요구 금지 △부당한 계약체결 거부 금지 △과업 증가의 추정 및 인정 △합리적 협상 체결가이드 마련 △사업자 선정 시 가격 평가체계 개선 등이 해결책으로 꼽힌다.

박환수 SW산업협회 실장은 “사업 담당자가 아닌 계약 담당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가격을 깎는 관행이 만연돼 있지만 앞으로는 이유 없는 가격 할인을 금지해야 한다”며 “SW 업계도 수주를 위해 과도한 가격경쟁을 벌여 저가입찰이 이뤄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주자의 불공정 요구 유형

(출처:SW산업협회)

발주자의 평균 할인 요구율

(출처:SW산업협회)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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