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방통위원장이 20일 IT리더스포럼에서 밝힌 DCS와 MMS, 8VSB 전송 전면 허용 방침은 다각적인 함의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방송 시장 갈등의 뇌관이나 다름없는 갈등을 차제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방송사업자 간 이해관계 조정보다 국민 편익을 우선 순위로 하겠다는 정책 방향성을 확인하고, 규제 최소화를 통한 방송 사업자간 자유경쟁을 보장하되, 필요한 경우에 사후 규제하겠다는 향후 정책 기조도 제시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이원화된 방송 정책에서 방통위가 확실한 이니셔티브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 위원장은 이 같은 정책 기조외에도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과 지배구조, 종편 재승인, UHD를 둘러싼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소신을 피력했다.
이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보장을 위해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재차 역설했다.
이 위원장은 “공영방송이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선 광고주에 의해 방송 내용 변경 가능성이 상존하고, 민영방송과의 시청율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신료를 인상하는 동시에 공영방송인 KBS1 TV와 KBS2 TV 광고를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자신의 경험담도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과거 의원 시절 KT의 과오납 금액이 9000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공개했지만, 관련 내용이 보도되지 않았다”며 “광고주의 압력이 작용한 게 아닌 가 싶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의 광고가 감소하면 민영방송은 물론 신문사로 광고가 나눠지는 선순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이 위원장의 판단이다.
이 위원장은 또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과 관련, 종전과 마찬가지로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선 대선 캠프 출신이 아닌 해당 방송사 출신이 사장으로 선임됐다”며 “이전 정부와 달리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 관련한 낙하산 인사 논란 자체가 전무했다”고 설명했다.
재승인 심사를 앞둔 종편과 관련해 이 위원장은 종편의 여론 다양성 증진은 인정했지만 품격 있는 방송에 대해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종편을 옹호할 이유도, 배척할 이유도 없다며 중립성과 공정성을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종편이 2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4개의 사업자가 선정되면서 미디어 환경이 어려워진 것 같다”고 종편 시장에 대한 생각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종편이 출범 이후 1년 반만에 평균 시청률이 1%에 근접하는 등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종편의 토론과 시사물에 집중된 프로그램과 선정적·자극적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방통위가 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다양한 프로그램 제작과 더불어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위원장은 차세대 방송으로 부상한 UHD와 관련, 정부와 민간이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을 포함한 범부처 논의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은 지속하되, 콘텐츠 수출 여건, 국민 편익 등을 종합 판단할 수 있도록 논의기구가 필요하다”며 “이 같은 아이디어를 청와대에도 공식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최근 불거진 미래부와의 갈등설을 의식한 듯 이 위원장은 “부처 간 정책목표나 과심이 다를 수 있으니 의견을 나누며 해결하는 생산적인 토론문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UHD 콘텐츠 확보를 위한 지상파 방송사와의 협력, 제조사의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외에도 이 위원장은 지상파 재송신 대가 산정을 위한 입법을 연내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단말 보조금 경쟁을 주도한 사업자에 대한 가중 제재는 물론 과징금 상한 상향 조정 등 강력한 제재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