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의 미국 무역위원회(ITC) 분쟁이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미국 수입 금지는 복병인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과 LG전자의 ITC 특허소송 판결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들 소송 상당수는 특허괴물(Patent Troll)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에 의해 이뤄졌다.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맞물려 우리 기업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자신문이 특허분석업체 광개토연구소(대표 강민수)에 의뢰해 삼성전자·LG전자·현대기아차의 ITC 특허피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삼성과 LG전자 두 곳 모두 계류 중(Pending)인 사건이 10건을 넘었다.
삼성전자는 ITC의 조사개시 결정일을 기준으로 2009년11월 무루타제작소 피소건을 시작으로 2010년 1건, 2011년 애플 제소 건을 포함해 3건이 판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도 각 7건과 3건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분쟁이 해결된 사건은 작년 초 디지튜드 이노베이션이 제소한 한 건(분쟁조사번호 337-TA-827)이 유일하다.
LG전자도 2010년 이후 ITC 피소건수가 총 16건에 달했다. 2010년 1건, 2011년 6건, 지난해 7건 그리고 올해 2건이다. 이 가운데 분쟁 종료 상태는 한 건으로 삼성전자와 동일한 디지튜드 이노베이션 제소건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특허 침해 피소 대부분은 스마트기기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ITC 피소건수는 GPS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관련한 1건(337-TA-814)이었다.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BMW·아우디·GM·혼다 등이 함께 피소됐으며 지난해말 타결 상태다. 업계는 현대·기아차 ITC 피소건수가 적은 것은 아직 자동차산업에서 특허분쟁이 ICT분야만큼 심각하지 않고, 특허 소송 발전 단계상 ITC 제소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본다.
소송자인 원고는 과거 제조업체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특허괴물로 추정되는 NPE가 많다. NPE는 페이퍼컴퍼니 형태가 많아 추적이 쉽지 않다. 삼성전자 피소기업 경우 2011년 이전만 해도 도시바·후지쓰·샌디스크·이스트만코닥 등 제조업체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에릭슨을 제외하고는 블랙힐미디어·인터디지털·워커디지털 등 NPE로 추정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연방법원 소송과 비교해 ITC 소송은 원고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결론이 나서 비용 부담이 적고 피소업체는 수출이 금지돼 파장이 크다. 민승욱 아이피큐브파트너스 대표는 “ITC 특허판결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에 파괴력이 크다”며 “이미 대만의 한 통신업체는 ITC 피소로 상당한 피해를 본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행정부 보호무역주의와 맞물려 ITC를 활용한 특허 분쟁이 우리 기업에 심각한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했다. 특허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NPE가 이를 적극 활용하는 상황이어서 우리 기업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는 “ITC 소송이 피소업체 압박 효과가 크고 결론이 빨리나 NPE의 주요 소송 무대로 뜨고 있다”며 “특허 소송에 노출돼 있는 기업은 침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동시에 NPE 보유 특허를 파악해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최근 삼성전자 ITC 특허 피소 현황
【표】최근 LG전자 ITC 특허 피소 현황
※자료:광개토연구소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