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시장에서 같은 상품이라면 하나의 가격만이 성립한다.`
경제학에서 정립한 `일물일가의 법칙(law of indifference)`의 핵심 내용이다.
같은 시장에서 동일 상품을 한 곳에선 1000원에, 다른 점포에서는 2000원에 판다면 소비자는 당연히 싼 곳만 찾고 비싼 점포는 문을 닫게 될 것이다. 똑똑한 사람이라면 1000원짜리 상품을 모두 사들여 2000원에 되파는 `차익거래`를 시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동일제품 동일가격` 원칙이 깨지기 시작했다. 소셜커머스는 `일물일가 법칙`을 이탈한 대표적 비즈니스로 꼽힌다. 나는 여의도 식당 간판에 걸린 2만원짜리 한정식을 먹으려 하는데, 스마트폰을 든 사람은 소셜커머스 쿠폰을 제시하며 1만원에 식사를 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구매 시간과 상품 사용기간에 약간의 제약을 두지만 일반 시장보다 절반 가격에 상품과 서비스를 제시한다. 판매자에게 `왜 나에게 비싸게 받느냐` 항의하는 것보다는 스마트폰을 꺼내 즉시 쿠폰을 찾아 구매해야만 가족에게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동호회에서 구매자를 대량으로 모아 `공동구매`를 하는 것도 기존 가격 결정방식을 깬 사례다. 규모를 키워 판매자에게 협상 우위를 점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이 상품과 가격정보를 공유하면서 집단을 이루는 데는 `네트워크`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
전통적으로 가격은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합의를 통해 결정돼 왔다. 하지만 소셜커머스나 공공구매 모집자 같은 `중간자`가 생겨나면서 가격은 다른 방법으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첨단 기술은 가격결정 방식 변화를 이끄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이른바 `가격 2.0`시대다. 소비자라면 현명한 구매법을 알아야 뒤처지지 않는다. 기업들도 새 트렌드에 맞는 제품 공급과 가격정책 마련이 중요해졌다.
김승규 전자산업부차장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