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파는 것이 인간이다

현대인에게 `세일즈`는 조금은 불편한 단어다. 하지만 사실 누구나 다 세일즈를 한다. 엄마는 아이에게 숙제를 하라고 당부하고, 회사원은 회의시간에 아이디어 채택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사업가는 투자자를 만나서 프로젝트가 얼마나 놀라운 성과를 가져올 것인지 설득한다. 자동차를 파는 세일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선정 `세계의 경영 사상가 50인`인 저자 다니엘 핑크(Daniel H. Pink)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이 넓은 의미의 판매 활동이며 개인의 시간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런 광의의 판매 활동이 생존과 개인의 행복을 가르는 중요 가치라고 단언한다.

그는 파는 행위에 대해 “누군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원을 주도록 설득하는 것으로 누군가에게 빼앗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그와 좋게 끝맺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전 시대 판매방식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세일즈는 이제 더 이상 집요하고 끈질긴 태도나 화려한 화술에 의지해서는 할 수 없으며 지식과 정직으로 무장할 때만 성공할 수 있다.

이 책은 현대인 모두가 세일즈 하는 시대를 진단하고, 새로운 세상에서 요구되는 자질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이 시대를 헤쳐갈 수 있는지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력과 제언을 담았다.

저자는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술이 대체했다고 생각하기 쉬운 전통적 개념의 세일즈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다양한 통계자료로 증명한다.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 9명 중 1명은 세일즈를 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다른 8명에게 일어난 변화이다. 저자는 직장인 9000명을 대상으로 “당신은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여러 직업군 비영업사원들도 자신의 시간 중 40%를 판매 활동에 사용하고 있으며, 타인을 설득하고 납득시키는 활동이 직업적 성공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답했다.

이 책은 타인의 구매를 동반하지 않는 판매를 `비판매 세일즈(non selling sales)`라고 정의하고, 비판매 세일즈 인구의 급증이 이루어진 이유를 환경 변화에서 찾는다. 먼저 소규모 기업의 증가, 즉 디지털 기술을 통해 누구나 기업가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기업가 정신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나 독창적 상품을 어떻게 더 잘 판매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조직이 수평화, 분산화 된 것도 이유다.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종류의 일을 해야 하는 환경에서 잠재 고객에게 비즈니스를 제안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교육 및 의료 분야 성장도 영향을 미쳤다. 의료 분야는 지금까지 의사가 자신의 전문 지식과 권위를 가지고 환자가 처방을 따르게 했다면, 이제는 그 환자가 가진 자원, 예를 들어 환자의 시간, 관심, 노력 등을 전달받아야만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교사 역시 학생이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동기 부여가 중요한 능력으로 요구된다. 저자는 이런 시대 변화를 조망하면서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조사·인터뷰해 구체적 솔루션을 제공한다.

다이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청림출판 펴냄. 1만6000원.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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