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부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미국 바이어스랩(BLI) 평가에서 프린터·복합기 6개 모델이 `최고 제품` `최고 효율 제품`으로 선정된 것. 올 들어서만 14개째(모델 기준) 글로벌 `최고상` 수상이다. 작년 6개를 이미 넘어섰다. 내부 목표는 2017년 A4 레이저 프린터 업계 1위다. 믿는 게 있다. 고객의 무한 신뢰다. 삼성하면 떠오르는 `첨단 기술`에 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과 검증 과정을 더했다. 언론으로는 전자신문이 처음으로 삼성전자 프린터 연구소를 찾았다.
“과격한 테스트 때문에 따로 나와 있습니다.”
신뢰성연구실 건물에 들어서는 기자에게 함상만 프린팅 솔루션 사업부 글로벌 CS팀 부장이 말했다. 연구실은 수원 디지털시티 내 고층 건물(R1~R5)이 아닌 바로 옆 허름한 단층 건물에 있다. 수많은 충격테스트를 실시해 연구소가 위치한 R4(디지털연구소)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곳에선 고객이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스트레스(불편)를 실험하고 개선한다. 낙하실험 장면이다. 기계가 포장된 프린터를 바닥에서 1m 가까운 높이로 올렸다가 내려놓는다. `살며시`가 아닌 패대기를 치듯이 놓는다. 제품은 큰 소리와 함께 바닥을 나뒹군다. 이것을 10번 반복한다. 그리고 테스트 전후를 비교한다. 내외부 변형은 없는지, 성능은 동일한지를 확인한다.
함 부장은 “설계가 잘되면 한 번에 통과하지만 복잡한 기능이 들어가면 10차례 돌려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온도·습도 등 원하는 조건을 실험하는 챔버(실험실)도 13곳 있다. 프린터의 성능이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서다.
온도·습도에 따라 각각 챔버가 존재한다. 영하 30℃에서 영상 60℃까지 실험이 가능하다. 저온저습실 챔버에는 연구원이 두꺼운 잠바를 입고 있다. 바로 옆 고온고습실 챔버에 들어가니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 듯했다.
메인 연구실들이 있는 R4로 이동했다. 삼성이 자랑하는 전자파 연구실. 18m(폭)×24m(길이)×11m(높이)의 챔버에 들어가자 절로 탄성이 나왔다. 바닥을 제외한 5개면 전체가 3000여개 앱소버(흡수체)로 둘러싸여 있다. 앱소버는 전파 흡수 역할을 한다. 피라미드형으로 생긴 옵서버 끝에 하얀색 보드를 설치해,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미래 공간을 연상시킨다. 120억~130억원이 들어간 연구실은 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측정한다. 완벽한 실험을 위해 프린터는 360도 회전하고, 프린터에서 10m가량 떨어진 두 대의 안테나는 1~4m 위아래를 계속 이동한다. 심성진 품질혁신팀 과장은 “국제 기준은 30dBuV이지만 27dBuV 이하로 맞춘다”고 강조했다.
국제 친환경 인증인 `블루 엔젤(Blue Angel)`을 받은 국내 유일의 제품환경분석연구실도 찾았다. 프린터에서 나오는 휘발성유기화학물질을 검사한다. 두 개의 챔버가 있다. 각 챔버에는 깨끗한 공기가 시험 내내 주입된다. 시험은 1시간 대기 후 10분 작동(프린팅) 그리고 4시간 대기로 총 5시간여 동안 진행된다. 이 시간동안 화학물질이 얼마나 배출됐는지 확인한다. 장청진 선행개발팀 책임은 “외국 실험실에 의뢰하면 비용은 1000만~1500만원, 기간은 한 달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실험실이 있다. 함 부장은 “세계 최고 수준 연구실에서 최고의 실험을 한다”며 “아직 프린터 부문에선 글로벌 1위가 아니지만 1등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일한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수원=
“NFC 프린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놀라운 서비스가 계속 나올 것입니다.”
윤진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사업부 상무는 삼성 프린터가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모바일통신기술과 만나 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출시한 NFC 프린터에 대한 시장 반응도 소개했다. “해외 거래처의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주문도 많이 들어오고 있고, 확실히 차별화 포인트를 찾았습니다.”
2017년 글로벌 넘버원 도약을 위한 3대 미션도 공개했다. 퍼포먼스(성능)·사용성 그리고 디자인이다. 성능은 세계 최고수준을 유지하면서 사용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일례로 `에코모드`다. 기존 프린터는 양면 인쇄를 하려면 프린팅 직전에 PC에서 설정을 바꿔야 한다. 고객은 번거롭다. 삼성은 프린터에 이 기능을 넣었다. 디자인도 개선한다. 윤 상무는 “개인, 기업 모두 인테리어에 관심이 크다. 그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차별화된 디자인 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윤 상무는 타 사업부·관계사와의 협력으로 기술 시너지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선사업부와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협력, 반도체사업부와는 프린터에 특화한 반도체를 만든다. 정밀화학부문과는 중합토너를 함께 개발한다. 윤 상무는 “변화하는 IT환경에 맞는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