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으로 민간 소비가 위축되자 신용카드 사용도 급감했다. 소액 결제를 제외하곤 백화점, 면세점, 주유소, 여행 등 지출이 큰 부문에서 대거 카드 사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지난 2분기 카드 사용 실적 증가율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민간 소비 위축과 카드사들이 앞다투어 부가서비스를 줄이면서 사용자들 또한 카드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분기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135조9000억원이다.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인 4.1% 증가하는데 그쳤다. 한명 당 평균 다섯장의 카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소액 결제를 제외하고 아예 신용카드를 지갑에서 꺼내지 않고 있다.
특히 소비 조절이 용이한 여행 부문 카드 사용은 뚝 끊겼다. 면세점은 -20.8%, 특급호텔 -17.1%, 관광호텔 -8.0%, 여행사 -0.8%로 모든 업종에서 카드 증감률이 큰 폭 하락했다.
유류 관련 카드 결제 사용도 대폭 줄었다.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서 주유소, LPG 취급점, 가정용연료 판매점 업종의 카드 승인금액 모두 감소했고, 증감률도 하락했다. 백화점(-10.6%)과 인터넷상거래(-22.8%) 카드 이용도 현저히 떨어졌다. 소비가 생활필수재를 중심으로 소규모로 이뤄지면서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소매 결제 비중은 상승했지만 백화점 업종 증감률을 하락했다.
반면 인테리어(56.4%), 부동산 중개(54.5%), 편의점(29%) 등 생활밀접 업종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카드 사용이 오히려 늘었다.
6월 한달간 카드 승인금액은 44조5000억원에 머물러 전월 대비 2조1000억원(4.5%) 감소했다. 민간 최종소비지출 증가율 추정치 2.6%를 감안해도 카드 결제 둔화세는 장기화 조짐까지 보인다. 지난해에는 민간 최종소비지출 증가율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았지만 2분기에는 그 차이가 1.5%포인트까지 줄었다.
카드 혜택 축소로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신용카드 장점이 악화되면서, 현금 사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 증대의 대표 수단인 카드 결제 비중도 둔화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체크카드도 6월 들어 사용이 둔화됐다. 6월 체크카드 승인금액은 7조4000억원으로 전체 카드부문의 16.7%를 차지했다. 전월(16.8%) 대비 소폭 감소하며 성장세가 주춤했다. 다만 신용카드 증가율보다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통한 민간소비 증대는 이전보다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경기침체로 인한 민간소비 위축 현상이 심화되고 부가서비스 혜택이 줄어들면서 카드 경쟁력 또한 약화됐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