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5년마다 반복되는 고리 끊어야

공공기관 합리화, 전략과 주요과제

“유능하고 전문성 있는 인사를 기용할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공정한 선발 시스템을 마련하라.” 노무현 대통령 2003년 4월 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난 정부에 임명된 수장들은 현 정부의 철학과 정책을 따르기 힘들다고 본다. 대통령과 함께 가야 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2008년 4월 15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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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박근혜 대통령 2013년 3월 11일 청와대 첫 국무회의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장 인선기준을 놓고 취임 초 대통령과 핵심장관의 발언 내용이다. 발언의 강도는 다르지만 새 정부 출범 후 공공기관장 교체를 추진하는 행태와 명분은 같다. 정권을 잡으면 방만한 경영과 무사안일에 물든 공공기관을 다잡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박근혜정부도 상황은 비슷하다. MB정부 최대 실세로 산은지주 회장인 강만수 회장은 사퇴를 거부했지만 결국 임기 1년을 앞두고 물러났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등 대표적 MB맨들이 서둘러 사표를 던졌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11일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상황은 MB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MB정부는 `내 사람 챙기기 인선기준`이 국민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5년마다 반복되는 공공기관장 인선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을 빚은 `공직 전리품화`는 오히려 행정공백을 불러 오는 화근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근혜정부 인수위에 참여했던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도 공석인 기관장 자리가 상당수”라며 “전문가로 평가되는 전문인재를 서둘러 선임해 행정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친분과 이해에 얽혀 사적 동기에서 인선을 하면 전문성이 결여되고 이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5년마다 사퇴압박, 버티기 등 소모적 논란은 기관장 임기제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차라리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맞추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면 `점령군` 식으로 기관장을 밀어내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행정공백은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공기관 고위 관계자는 “정부부처 산하기관은 국정업무를 물밑에서 지원하는 가장 중요한 곳”이라며 “이렇게 되면 대통령 취임 이후 반복되는 기관장 인사문제에서 잡음이 없고 큰 탈 없이 국정목표와 철학을 공유한 사람들이 무리없이 전문성과 자리에 맞는 직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장이 대통령의 임기 5년 시작과 끝을 같이 하면 정부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갈등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의 한 차관은 “공기업 사장의 임기는 3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여기에 임기를 2년 연장할 경우 정권과 함께 정책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행정공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진행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도 기관장 물갈이의 잣대로 활용할 수 있다. 기관과 기관장을 함께 평가하는 공기관 경영평가는 기관장 인선기준의 객관적 자료로 새 정부에는 명분을, 정부부처에는 전문가를 제청하는 척도로 쓰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월 경영평가에 참여한 서울대 한 교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전문가들이 모여 엄정한 잣대로 기관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라며 “기관장의 철학을 공유할 수 있고 경영능력과 전문성도 함께 검증하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공기업 경영평가는 기관장 선정에 중요한 참고요소”라며 “지난 평가에서 D·E등급을 받은 기관장은 실적과 관계없이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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