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ICT·에너지산업의 융합

장기적 전력공급능력 부족, 셰일가스 부상, 기후변화 대응 등 에너지 문제는 우리 경제에 긴급하고도 중요한 도전이 됐다. 우리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창의적으로 대응하면 에너지안보와 함께 미래 성장동력을 도출하고 다음 세대 일자리를 만들며 중소·중견기업의 창의성 발현과 기여를 통해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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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수요와 공급은 시간과 장소에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환경오염 문제도 있다. 화석에너지는 공급 측면에서 자원보유량이 유한하고 기술발전도 전망하기 어렵다. 국제분쟁으로 에너지 공급량과 시기, 비용도 불확실하다. 수요 측면에서도 재생에너지 등 기술 개발, 세계경기 변동,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에너지 생산과 소비 전반에 걸쳐 환경·사회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분야 공급자와 수요자는 이런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똑똑히 의사 결정하고 민첩히 실행해야 한다. 에너지 분야 관련 기술과 시장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 활용하려면 ICT가 필요하다. 에너지산업의 가치사슬은 길고 복잡해 수많은 관계자 간 이해조정이 중요하고 공정한 시장제도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독점 및 거래자 간 정보 불균형 방지, 투명한 회계시스템 등 법적·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돼야 한다. ICT는 이런 공정시장제도 구축과 작동에 핵심 역할을 한다.

ICT·에너지 산업융합이 더욱 중요하게 된 것은 에너지와 ICT 분야의 기능적 결합만이 아니라 산업 경계를 넘어서는 융합을 통해 과거에 없던 제품, 서비스, 나아가 새로운 산업영역을 창조해 미래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창조경제의 좋은 예다.

산업융합에 의한 창조경제는 우리가 익숙했던 에너지 제품과 기술, 산업구조, 생산소비 과정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기존의 에너지 산업구조, 경쟁관계, 노사관계, 기업과 정부역할까지도 파괴하고 새 시스템을 요구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런 혁신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융합의 불꽃은 곧 사그라지고 창조경제는 구호에 그치고 만다.

지금까지 에너지 분야는 산업적 기반 형성에 긴 시간이 걸렸다. 비즈니스 사이클이 길고 대규모투자에 따른 재무위험이 높다. 자본회수기간도 길기 때문에 이미 정착된 산업구조에 변화를 주는 것을 기피한다. 또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 조금이라도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는 새 기술이나 제도 도입은 장기적으로 아무리 바람직하더라도 싫어한다. 대체로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시스템에 익숙하다. 사실 이것이 정부나 기존기업으로서는 서로 편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ICT산업은 기술개발과 혁신속도가 무척 빠르고 비즈니스 사이클도 매우 짧다. 수많은 경쟁기업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산업이다. 이처럼 물과 기름 같은 두 산업의 융합은 생각처럼 만만한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국책사업인 스마트그리드나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에서 만나는 여러 문제점은 이러한 차이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ICT·에너지산업 융합에는 과학기술 수준의 결합도 중요하지만 정치·사회·경제 구조변화에 대한 수용노력이 동시에 추진돼야 비로소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과 융합에 장애가 되는 산업 간 칸막이를 걷어내는 것이 필수다. ICT와 조선·자동차·엔터테인먼트 등과의 융합경험을 활용하자.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정보시스템과 시장정책을 바꾸자. 국내시장 중심에서 글로벌시장에서도 통하는 정책을 만들자. 에너지·ICT 대기업은 타율적으로 깨지기 전에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아야 한다. 융합에 참여하는 중소·중견기업은 진짜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융합의 이익은 가치사슬을 통해 여기저기로 이동한다. 융합참여기업 간에는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는 신뢰관계와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가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정보를 적절히 활용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하자. 국민·기업·정부·국회 모두 당분간만이라도 정치적, 경제적 부담을 함께 감내해 보는 여유를 갖자.

김우봉 건국대학교 경영정보학부 교수 wbkim@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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