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와 엘피다가 2년 만에 메모리를 증산한다고 니혼게이자이가 18일 보도했다. 일본 메모리 업계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든 신호탄으로 보인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메모리 최신 설비에 300억엔(약 3370억원)을 투자한다. 엘피다도 모바일 D램 생산을 늘린다. 수요가 급속히 떨어지고 한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경영 악화에 시달리던 일본 메모리 업계가 스마트폰 덕분에 돌파구를 찾았다.
메모리 가격은 2008년 리먼 쇼크를 계기로 수요 감소 탓에 급락했다. 2010년 선진국 경기 부양 정책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다가 2011년과 2012년 다시 추락했다. 이 기간 동안 한국과 일본, 대만, 미국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였지만 한국 압승으로 끝났다. 그 타격으로 엘피다는 2012년 법정관리를 신청, 공적 자금을 수혈 받는 지경에 처했다. 도시바 역시 실적 부진에 빠졌다.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일본 메모리 업계에 2012년 말 반전의 계기가 찾아왔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애플이나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화웨이 등 중국 업체까지 스마트폰용 메모리 구매가 줄을 이었다. 남아돌던 메모리가 부족해졌고 가격도 뛰었다. 1년 전 1달러를 밑돌던 2기가비트 D램은 현재 2달러 고지를 바라보는 수준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64기가비트 낸드플래시메모리 역시 4달러 중반 대에서 7달러까지 상승했다.
도시바는 미에현 소재 요카이치 공장 5동에 최신 설비를 도입해 낸드플래시메모리 라인을 확충한다. 투자액은 최대 300억엔이다. 2014년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1년 전만 해도 요카이치 공장은 수요가 없어서 30% 감산했다. 아이폰 신제품 출시가 다가오면서 애플 공급량이 늘어나고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주문이 더해지면서 낸드플래시메모리를 만드는 요카이치 공장 3~5동은 2분기부터 완전 가동에 돌입했다.
낸드플래시메모리는 도시바뿐만 아니라 경쟁사도 호황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중국 시안 공장 문을 연다. SK하이닉스는 최근 D램 라인 일부를 낸드플래시메모리용으로 전환했다. 미국 마이크론 역시 최신 제품 샘플을 고객사에 공개했다.
엘피다는 히로시마 공장과 대만 자회사 렉스칩 공장을 100% 가동 중이다. 먼저 렉스칩 공장에서 생산량을 늘린다. 4월에는 300㎜ 웨이퍼 1만장 정도를 모바일 D램으로 만들었지만 연말까지 4만장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WSTS)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수요는 전년 대비 2.1% 늘어난 2977억6600만달러(335조1350억원)로 예상된다. 2년 만의 상승세다.
물론 변수도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 시장의 경기 하락이다. 신흥 시장 경기가 침체되면 첨단 IT 제품 판매도 줄어든다. 니혼게이자이는 “메모리 업계가 증산에 적극적이지만 단기적으로 설비 투자는 그다지 늘어나지 않고 가동률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주요 메모리 가격 변화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