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중소벤처의 최대 난제는 인력 확보와 유지다. 사람을 구하기도, 훈련된 우수 인재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어떤 한 기업인은 인력 구하기에 지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아예 포기해버리고 기존 인원을 잘 토닥여가며 현재 규모를 유지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다른 한 기업인은 잦은 인재 유출에 훈련된 인재 사관학교 역할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나마 이런 체념의 도를 깨치지 못한 중생의 기업인은 오늘도 사업 전선에서 인력 확보 전쟁까지 치르며 동분서주하고 있을 것이다.
인력난의 근원은 중소벤처의 낮은 임금수준, 기업의 안정성, 상대적으로 열악한 업무환경, 그리고 ICT 산업에 대한 오랜 무관심이 나은 절대적 인력 공급의 부족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다시 ICT에 창조경제의 선봉의 지위를 주고자 함에 따라 기업 외적인 제반 환경이 개선되리라는 기대감을 낳는다.
인재 확보 문제는 환경 개선에 기대고 있을 만큼 한가한 과제가 아니다. 기업인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시도가 필요하다. 나는 중소벤처 기업인이 기업문화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여러 통계조사에 따르면 이직의 큰 원인 중 하나는 상사와 불화다. 이런 불화 이면에는 세대 간 가치관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 기존 세대가 성과를 내고 인정을 받는 데에서 욕구가 충족되었다면, 새로운 세대는 자기 존중감을 추구한다. 이들은 자신의 일에서 의미와 목적을 추구하며 일과 삶의 균형에 가치를 둔다.
조직이 자신을 고용했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조직을 선택했다는 생각을 선호하며 자신이 선택한 조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기를 원한다. 이런 세대를 기존의 지시와 통제 방식으로 다루려는 리더가 있다면 불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리더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새로운 가치관을 수용하는 전향적인 기업문화 구축이라는, 더욱 근본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능동적 대처방안이 나온다.
큰 투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경영자가 기업의 성취에만 매몰되지 않고 조직원과 조직 학습, 즐거운 일터를 뒷받침하는 기업문화 구축에 실질적인 관심을 가지는 일이다. 실제로 많은 중소벤처가 정부 지원을 받아 이 같은 노력을 하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몇몇 외부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해서 성취될 문제는 아니다. 자칫 요식행위에 머무르기 쉽다. 경영진이 새로운 세대가 가진 가치관과 요구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노력과 단지 시늉에 그치는 수준을 벗어난 투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1년에 한두 시간 의무감에서 진행하는 구태의연한 리더십 교육은 좀 더 맞춤화할 필요가 있다. 또 적어도 새로운 리더십으로 부상하고 있는 코칭 리더십 등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교육으로 바꾸고 좀 더 지속성 있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 다면평가가 시행되지만 기존 상황에 대한 평가에 그친다면 별 의미가 없다. 최근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일대일 코칭이나 그룹코칭 등 다양한 활동으로 실질적 행동 개선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인재가 없는 중소벤처의 밝은 미래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변화하는 가치관을 수용하는 적극적인 기업문화 구축을 외면하면서 기존 리더십으로 그들을 품거나 확보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아인슈타인은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기대를 하는 것을 미친 짓이라고 정의했다. 눈앞의 성과에 우선순위를 두는 데서 벗어나 기업문화를 재정립하려는 실천이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안창준 리더십포럼 대표 cjahn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