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홈페이지가 해킹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3·20 전산망 마비 사태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정체를 알 수 없는 해커집단의 공격에 국가전산망이 무너진 것이다.

국민과 네티즌은 연이은 사이버 테러에도 불구하고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해 왔던 정부를 질타하면서 보안에 대한 인식 대전환을 요구했다. 국가정보원, 미래창조과학부, 안전행정부 등 관련 기관은 이르면 26일 사이버 안보 강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오전 대한민국의 심장인 청와대 홈페이지가 정체불명의 외부 해커집단에 의해 무참히 털렸다. 공교롭게도 6·25 전쟁이 터진 지 63주년을 맞이한 날 사이버 테러가 터진 것이다.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가 25일 북한 주요 사이트 공격을 예고한 가운데 이날 오전 우리나라 청와대 국무조정실 홈페이지가 변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청와대 홈페이지(president.go.kr)에는 “통일대통령 김정은 장군님 만세! 우리의 요구조건이 실현될 때까지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는 문구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회의 중인 사진이 게재됐다.
게다가 해커들은 `새누리당원 신상정보` `군장병 신상정보` `청와대 신상정보` `미 25보병사단` `미 3해병사단` `미 1기병사단` 등 개인정보와 군사 기밀정보를 공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민간 부문에서도 복수케이블사업자(MSO) 티브로드와 일부 언론사 서버가 오작동을 일으켰다.
비슷한 시각에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우리민족끼리 사이트 역시 해커집단에 의해 정상적인 작동이 멈췄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과 북한을 공격한 주체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남북한 간 사이버 전쟁(Cyber War)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장중혁 애틀라스리서치앤컨설팅 부사장은 “정치적 목적으로 (남한과 북한이) 치고받는 것 같다”며 “홈페이지 변조는 해커들이 자신들의 행적을 자랑하려는 목적으로 남기는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정보망이 뚫리자 정부는 이날 미래창조과학부, 안전행정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10개 부처 담당관 참석 아래 `사이버위기 평가회의`를 개최, 사이버위기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현재 정부·민간 합동조사단은 사이버대응팀을 현장에 급파해 원인을 조사 중이다. 조사단은 샘플을 채취한 뒤 공격경로와 패턴 등 침투경로를 이른 시일 내에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군 당국은 정보작전방호태세 `인포콘`을 기존 5에서 한 단계 증가한 준비태세 단계인 4로 격상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