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미래모임) 기조발제자는 강성주 미래창조과학부 융합정책관(국장)이 맡았다. 미래부가 최근 연이어 내놓고 있는 창조경제를 위한 각종 융합정책의 실무 일선에 서 있는 강 국장은 “정책도 선거와 마찬가지로 `프레임(frame)` 싸움”이라며 “창조경제는 개인·기업·정부·시민사회를 각각 하나의 경제주체로 놓고 이들이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 ICT를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 산업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전략 1: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1960년대는 과학기술처, 1990년대는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가 산업발전 및 정보화의 바탕이 됐다면, 창조경제 시대에는 미래부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첫째는 생태계 조성이다. 핵심은 벤처·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이나 금융위원회 등 다른 부처의 역할과 미래부의 그것은 다르다. 우선 생태계의 첫째 단계인 아이디어·인재 양성 분야에서 미래부는 창의적 인재와 창업문화를 조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창업단계에서 타 부처가 창업제도와 벤처 자금 직접 투자 방식 전환을 추진하면 미래부는 기술사업화와 산학연 연계로 이를 지원한다. 성장단계에서 판로개척·규제개선 등이 이뤄질 때 미래부는 신시장을 창출하고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회수 단계에서 미래부는 기술가치 평가와 기술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고, 재도전 단계에서 연대보증 폐지·간이회생 제도와 함께 미래부에선 성공창업가나 은퇴과학자의 멘토링을 지원한다.
지난 5월 미래부와 금융위·중기청 등이 함께 보고한 벤처자금 선순환 방안은 지금까지 나온 세제 지원 방안 중 가장 파워풀하다. 정책 조율 과정에서 여러 의견으로 더 보완됐다. 입법이 무난하게 이뤄지면 창업에 있어서 자금이나 세금, 초기 창업 펀드 등의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산업·신시장 개척 역시 생태계 조성에 있어 핵심적인 분야다. 기존의 정형화된, 이미 구조화된 시장과 기술이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 기반의 융합으로 이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고부가가치 콘텐츠 △플랫폼 융합 등이 다른 산업과 융합되면서 새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식품이나 주거환경, 범죄 등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문제 해결형 프로젝트`나 전통 산업의 활성화 등을 들 수 있다.
ICT·과학기술이 타 산업과 융합해 생동감을 불어넣는 `비타민 프로젝트`의 핵심은 협업이다. 단순한 시범사업이나 아이디어가 아닌 확산·전달·성과창출까지 관련 부처와 협업해 이뤄내야 한다. 과거 정통부 주도형 사업에서 부처간 불협화음이 있었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새 프로젝트다. 융합형 인재양성과 출연연 기술사업화 지원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빠질 수 없다.
◇전략 2:소프트웨어·콘텐츠 핵심산업화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를 위한 핵심전략이 곧 발표된다. 소프트웨어는 그동안 여러 정부가 상당한 정책을 내놓고 오래 공을 들였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시장에 한계점이 있다. 이번에 근본적으로 바꿔보자는 것이다.
유지관리 비용 현실화, 공공구매 활성화 등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 교육이다. 청소년부터 코딩 교육을 활성화시켜 `21세기 언어`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이 외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설치, 융합 클러스터 조성 등이 포함된다.
콘텐츠는 우리나라 스타일로 세계에 진출하기 위한 정책을 펼친다. 콘텐츠 창작 랩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지원하고, 4000억원 수준의 `위풍당당 콘텐츠 코리아 펀드`, 콘텐츠 제적 원천자료 공유·활용을 위한 `콘텐츠 뱅크` 구축 등이다.
최근 발표한 정부3.0 사업은 `열린 정부`를 지향하기 위한 정책이다. OECD가 2011년부터 추진하는 `열린 정부 파트너십(Open Government Partnership)`은 재정정보 투명성·공공정보 접근성·고위공무원 소득 공개·국민의 정책결정과정 참여 보장이 핵심 골자다. 우리도 여기에 발 맞추고자 한다.
특히 정부3.0 사업에 따라 다양한 데이터베이스가 공개되면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융합의 원천 소스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산업 글로벌화 정책의 방향도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수출과 상품 중심의 글로벌 정책이 이어져왔다. 처음 창업할 때부터 세계 시장을 지향하는 문화가 부족했다. 빠른 시일 내 글로벌 창업 활성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6월 미래모임의 패널들은 `창조경제`라는 정부 정책을 보다 발전적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조언을 말했다. 패널로 참여한 박기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위원은 “미래창조에 대한 많은 변형과 상징화가 뒤섞여 있는데, 우선순위를 가지고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지 못하면 각 주체별로 동상이몽 할 가능성 크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또 “한국이 과연 ICT 최강국이냐고 자문한다면 그렇지 않은 부분 많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며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분야는 우리가 절대 최고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소외 된 만큼 ICT 본질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며,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융합이 흘러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경영기획실장은 “창조경제의 개념과 방향성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창조경제와 관련한 주체들이 어떻게 자기 역할을 해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 실장은 이어 “르완다에 200억원 규모의 정보침해대응센터를 수출했던 지난해 경험에 비추어, 다양한 환경과 변수 속에서 각 주체들이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창업 현장 일선에 있는 이구환 퍼플프렌즈 모바일마케팅 연구소장은 “현장의 창업 열기가 상당히 뜨거워졌다”고 전하며 “정부가 해야 할 기본적인 일은 인프라를 만들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그 중 가장 큰 부분이 규제정책”이라며 “단적인 예로 모바일 분야에서 상당히 많은 벤처기업이 만들어졌고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려 하는데, 정책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규제에만 치우쳐 있어 스마트폰의 위치성·시간성 등을 활용한 모델 구현이 어렵고 타깃 광고 숭출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창업보육센터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멘토링이나 경영 자문 형식의 활동이 많은데, 알맹이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실질적인 자문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플로어 토론도 활발히 이뤄졌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벤처 투자를 `보통주` 위주의 투자로 이끌 수 있게끔 하는 정책 협력이 타 부처와 필요하다”며 “벤처업계에서 `좀비기업`이 문제가 되는 만큼 미래부에서 가능하다면 성공사례와 함께 `성공적으로 망한` 사례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봉관 MDS테크놀로지 사장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많은 정책이 나왔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때문도 있고, 핵심 정책이 빠져 있는 이유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글로벌 환경에서 WTO 등으로 국산 소프트웨어 지원이 어렵기도 하지만, 제대로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문화가 정부 부처에서부터 팽배하다”며 “이 때문에 정책은 천사인데 각론에는 악마가 있다는 말까지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